현대자동차가 '국민차'로 꼽히는 그랜저의 새 모델 출시를 앞당길까?
최근 완전변경한 기아 K8이 그랜저의 월 판매량을 뛰어넘으면서 만만치 않은 경쟁상대로 떠올랐다. 그런 만큼 현대차가 7세대 그랜저 완전변경모델을 언제 출시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현대차와 기아에 따르면 7월 국내 판매량에서 기아 K8이 출시한 지 3개월여 만에 현대차 그랜저 판매량을 761대 차이로 따돌리고 국내 준대형세단시장에서 1위에 올랐다.
기아는 7월 한 달 동안 6008대의 K8을 팔았다. 현대차 그랜저는 같은 기간 5247대 팔렸다.
기아가 K8(옛 K7 포함)로 그랜저 판매량을 넘은 것은 약 3년 만이다.
기아는 2019년 7월부터 9월까지 3개월 동안 현대차 그랜저의 월 판매량을 추월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2019년 말 6세대 그랜저 부분변경모델을 내놓은 뒤로는 다시 판매량에서 뒤지기 시작했다.
지난해만 살펴봐도 그랜저는 14만4천여 대로 2020년을 포함해 4년 연속 국내 베스트셀링카 1위 기록을 이어갔다. 반면 기아 K7은 5만5천 대가량 팔려 그랜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여태껏 기아가 K7의 새 모델을 내놨어도 판매량이 잠시 반등하는데 그쳐 현대차 그랜저에 큰 위협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K8의 판매량 반등은 이전과 의미가 다르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기아가 올해 1월 회사 이름에서 자동차를 떼어내고 새 로고를 적용한 첫 차이자 기존에 K7에서 K8로 이름까지 바꾼 만큼 그랜저에게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공급문제로 밀려있는 주문물량까지 더하면 K8과 그랜저의 판매량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런 의견에 힘이 실린다.
실제 전국 기아 영업점에서는 현재 전시차를 제외하고 K8 재고가 거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고객이 K8 구매계약을 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랜저도 현재 구매한 이후 차량 출고까지 6~8주 수준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실제 대기 물량은 기아의 K8이 더 많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로서는 새 모델을 통해 기아와 준대형세단 판매경쟁에서 같은 출발선에 설 필요성이 높아졌다.
기아가 올해 4월 공식 출시한 K8의 전장은 5015mm, 휠베이스는 2895mm다. 그랜저보다 전장은 25mm, 휠베이스도 10mm 길다.
최근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사양도 K8은 1.6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했는데 엔진 최고 출력은 180마력에 최대 토크는 27kg·m에 이른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엔진 성능(159마력 21kg·m)을 웃돈다.
여기에 복합연비도 K8 하이브리드 연비는 18㎞/ℓ로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복합연비 16.2㎞/ℓ보다 효율적이다.
특히 그랜저는 현대차의 '국민차' 브랜드로 상징성이 남다르다는 점에서 완전변경모델 출시시점을 기존 내년 연말에서 연초로 당기는 등의 변화를 줄 수 있다.
현대차가 2020년 9월 국내외 주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기업설명회 자료를 살펴보면 2021년 뒤 내놓을 신차 가운데 친환경차를 빼면 ‘액센트’와 ‘그랜저’, ‘제네시스 G90’ 등 3개 브랜드에서 신차 출시계획이 마련돼 있다.
앞으로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까지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가 공존하는 시대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차로서는 내연기관차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수요를 뒷받침해줄 차량이 필요하다. 특히 그랜저는 인기가 높은 만큼 ‘믿고 쓰는 카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구체적 시기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현대차는 내년 그랜저 완전변경모델인 7세대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다만 기존 출시 관행대로라면 내년 연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대차가 그랜저 위상을 공고히하기 위해서라면 출시시점을 당길 공산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현대차는 그동안 플래그십(기함) 차종의 완전변경모델 신차 출시일정을 연말로 잡아왔다.
현재 그랜저인 6세대 부분변경모델도 2019년 11월에 출시됐다. 6세대 완전변경모델이 출시된 시점도 2016년 11월22일로 연말에 공식 판매를 시작했다.
이미 8월 프로모션에서도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을 대상에 올려 판매량 확대를 위한 공격적 마케팅을 준비하는 것도 내년 연초 그랜저 완전변경모델 출시를 대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는 올해 8월 프로모션에서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을 조건부 할인대상으로 올렸다. 앞서 7월에는 2021년형 더 뉴 그랜저에도 최대 3% 할인혜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내년에 새 모델이 출시된다면 현대차가 올해 5월에 출시한 2021년 연식변경 모델이 사실상 6세대 마지막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지금부터 미리 재고 축소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K8의 완전변경모델 주기를 앞당기면서 현대차도 새 그랜저 출시를 서두를 수 있다”며 “새 그랜저가 나온 뒤 국내 준대형세단시장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