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교통공사 등 6개 도시철도 노조가 6월1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서울교통공사 구조조정 반대, 무임승차에 국고보조 등을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추진하는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도시지하철의 만성적 적자를 놓고 주된 원인으로 무임승차를 주장하면서 무임승차의 국고보조에 전국 도시지하철 노조가 힘을 모으고 있다.
2일 서울교통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16~19일에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이번 총파업은 서울을 비롯해 인천, 부산, 대전, 대구, 광주 등 6개 도시지하철 노조가 모두 참여하는 합동 총파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등 6개 도시지하철 노조는 7월21일에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쟁위행위 발생을 결의했다. 전국 6개 도시지하철 노조가 동시에 쟁의발생을 결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는 우선 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낸 뒤 노조 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국 도시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추진하는 직접적 원인은 서울교통공사의 만성적 적자를 놓고 서울시가 인원감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경영쇄신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요구에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경영부담을 노동자에게 떠넘기는 처사이고 요금인상과 함께 적자의 주된 원인인 고령자 무임승차 등 복지정책과 관련해 국고보조가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무임승차에 관한 국가의 손실보전은 서울은 물론 다른 지역 도시지하철 노조의 공통된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전국 6개 도시지하철공사 모두 무임승차 관련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전국 6개 도시지하철공사의 영업손실은 모두 1조8500억 원인데 이 가운데 무임승차에 따른 영향으로 평가된 금액은 6230억 원에 이른다.
앞으로 무임승차의 대상이 되는 만65세 이상 고령층인구 비중의 확대화 함께 무임승차에 따라 도시지하철공사가 부담할 비용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분명하다.
6개 도시지하철 노조가 무임승차에 국고보조를 요구하는 또다른 이유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의 형평이다.
현재 도시지하철공사는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모두 자체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철도공사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 가운데 60% 정도를 보전받는다.
도시지하철 노조는 파업과 함께 무임승차 국가보조의 입법화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특히 9월에 정기국회가 열리는 만큼 정치권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도시지하철 노조는 7월2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간담회에서는 서울교통공사 노사 모두 무임승차 국고보조에 한 목소리를 냈다.
김대훈 서울교통공사 노조위원장은 간담회에서 “전국 지하철의 재정악화 원인은 무임수송과 코로나19에 따른 승객 급감”이라며 “무임수송은 정부가 수행해야 할 보편적 공공복지이고 코로나19에 따른 승객감소에도 불구하고 지하철은 공공필수영역이기에 손해를 보면서도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도 “적자문제의 핵심인 도시철도 무임손실비용은 당연히 들어와야 할 수입이 국가정책에 따라 들어오지 않은 것”이라며 “이런 비용이 들어 왔으면 적자가 절반으로 줄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 사장과 김 위원장의 요구에 송 대표는 “건의내용을 충분히 인지했다”며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챙겨보겠다”고 응답했다.
다만 정치권에서 지하철 무임승차와 관련된 논의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 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고령층 표심에 영향을 줄 만한 민감한 주제인데다 국고보조 문제를 비롯해 노년층 기준조정 등 함께 논의될 문제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서울연구원은 ‘지하철 무임승차제도, 지속가능성 확보하려면 운영손실 정부지원 및 운영기준 변경검토 필요’ 보고서를 내놓고 노인 기준상향 등 필요성을 들면서도 “노인의 정의를 재정립하는 큰 틀에서 고려할 사항으로 연금, 퇴직, 주택, 복지 등 다양한 정책이 맞물려 있다”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