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주변 땅을 수년간 매입하고 이른바 '지분 쪼개기'를 통해 되팔아 400억 원대의 차익을 챙긴 기획부동산 일당이 구속됐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개발호재가 있다는 말에 넘어가 이들로부터 땅을 사들인 사람이 1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북부경찰청 부동산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기획부동산 운영자 A씨와 영업사장 B씨를 농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임직원 2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2013년 3월 서울 강남구에 부동산 매매업 목적의 법인을 설립한 뒤 최근까지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 주변 농지 29필지 6만7747㎡를 여러 차례에 걸쳐 163억 원에 매입한 뒤 1023명에게 되팔아 약 416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400억 원대의 차익 중 대출금과 사무실 운영비, 인건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을 A씨와 B씨가 가져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물건 선정부터 개발호재 자료수집까지 철저히 준비하는 등 기업화된 운영체계를 갖춘 것으로 드러났다.
2년마다 속칭 '바지사장'을 바꿔가며 A씨와 B씨의 존재를 외부에 숨기기도 했다.
163억 원의 농지매입 자금에는 이들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금도 있었지만 70∼80% 이상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이었다.
이들은 일반법인 명의로는 농지를 취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임직원들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는 식으로 농지를 사들였다.
농사를 지을 것처럼 농업경영계획서 등을 제출해 관계당국을 속인 뒤 취득한 농지를 최소 수개월 안에 공유지분 형태로 일반인에게 다시 팔았다.
일반인 1천 여명은 영업사원이나 텔레마케터의 GTX역사 개발, 킨텍스 제3전시장 건립, 방송영상밸리 설립 등 호재가 많은 지역이라는 말에 땅을 사게 됐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이들이 주장한 호재는 없는 사실이 아니지만 땅들은 모두 여전히 농지로 남아있어 실제로 개발이익을 얻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농지가 부동산투기의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조직적이고 기업화된 기획부동산에 관한 수사를 확대하겠다"며 "농지 부동산투기의 수익이 몰수보전대상에 포함되도록 법 개정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등 특별법'에 농지법 위반 범죄가 '특정범죄'로 규정돼 있지 않아 이들의 범죄수익은 몰수보전대상이 아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