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혼자 힘으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 하락세에 따른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본선 경쟁력 등 최재형만의 정치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최재형 대세로 도약에 결정적 한 방 안 보여, 윤석열 반사이익은 한계

최재형 전 감사원장.


29일 정치권 안팎에서 최 전 원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꾸준히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이제는 한 단계 도약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는 7월 4주차 다음 대통령선거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최 전 원장이 5.5%의 응답을 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윤 전 총장(27.5%), 이재명 경기지사(25.5%),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6.0%)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이 조사는 오마이뉴스 의뢰로 26~27일 이틀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2058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자세한 조사결과는 리얼미터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신인이란 점을 감안하면 좋은 흐름이다. 윤 전 총장에 이어 보수야권 2등 자리를 굳히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최 전 원장이 ‘마의 10%’ 지지도를 넘어선다면 대선 행보에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심리적 저항선인 10%대를 돌파하면 여론의 주목도도 한결 높아지고 야권내 지지세력이 붙을 여지도 넓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 전 원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는 시선도 나온다.

상승 모멘텀이 마땅치 않은 데다 윤 전 총장과 지지율 격차도 여전히 꽤 크다. 윤 전 총장이 이른바 X파일 의혹으로 상처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대세론이 깨지진 않고 있다.

현재 최 전 원장은 ‘반문재인’을 앞세워 보수층에서 지지기반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 원장은 이날 오전 10시40분경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찾았다. 정 의원은 ‘드루킹사건’과 관련해 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차원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최 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일이라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철저한 수사와 대통령의 사과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에서도 보수적 색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최 원장은 지난 27일 경기 연천군 유엔군 화장장을 찾았고 취재진에게 “현 정부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이 되면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니지 않으며 북한의 평화 의지를 끌어내고 북한주민 인권문제 등에 관해서도 할 말을 하면서 평화적 통일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가슴이 아프다”며 “문 대통령은 사면에 관해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거기서 국민이 현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만 말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전 원장의 이런 보수적 정치행보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둬 지지도로 연결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런 움직임만으로는 최 전 원장이 상승동력을 살리면서 야권 선두주자로 치고나아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반문재인과 보수 행보는 보수야권 대선주자라면 누구나 기본으로 갖춘 항목이다. 최 전 원장이 정치신인으로서 반짝 효과는 거둘 수 있으되 이것만으로 지속가능한 상승동력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과도한 보수 행보는 자칫 중도 확장성을 스스로 가로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일단 최 전 원장의 지지율 반등 여부는 윤 전 총장에게 달려있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선이다. 

애초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의 대안으로서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윤 전 총장이 잇따른 말실수와 지지도 하락을 겪던 시점에 최 전 원장의 지지도가 상승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야권 관계자는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최 전 원장을 놓고 자질이 뛰어난 사람이란 것을 알지만 대중들은 인지도로 대통령을 선택하게 마련”이라며 “윤 전 총장이 압도적 지지도를 유지하는 이상 인지도가 낮은 최 전 원장에게 틈이 생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선 최 전 원장이 '최대 라이벌'인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공격을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대 지지율을 빼앗아 오는 전략이다. 

일단 최 전 원장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날도 윤 전 총장 부인을 조롱하는 벽화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저질 비방이자 정치 폭력이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운 인격 살인”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른 당내 대선주자인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윤 전 총장에게 견제구를 날리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다만 최 전 원장이 끝까지 윤 전 총장에게 유화적인 태도를 이어갈지 여부는 장담하기 힘들다. 

민주당 경선에서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은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공격하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로 하고 있다. 야권 내 경쟁이 무르익게 되면 최 전 원장도 윤 전 총장과 관계를 지금과 다르게 설정할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당내 경쟁과 별도로 최 전 원장이 스스로 본선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전 총장과 무관하게 스스로 시대적 과제를 짊어질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문재인 외에 코로나19 극복, 부동산 시장 안정, 남북 평화체제 구축 등 국정 현안을 해결할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윤 전 총장의 반사체'가 아니라 '자체 발광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최 전 원장이 당내 후보 경선 승리를 목표로 정치를 시작한 것은 아닐 것이다"라며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되면 자동으로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윤 전 총장과 무관하게 최재형만의 한 방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