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상업성을 얼마나 빨리 확보할 수 있을까?

로버트 플레이터 CEO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초창기 멤버이자 최초 전문경영인이다. 기술적 우월성만 강조하던 이전과 달리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직접 개발해 공급하는 전략으로 상업적 성공을 노리고 있다.
  
현대차 만난 보스턴다이내믹스,  CEO 플레이터 로봇 상업화 더 빠르게

▲ 로버트 플레이터 보스턴다이내믹스 CEO.


18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말 인수절차를 마친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앞선 기술력을 알리는 데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주력제품 4족보행 로봇개 ‘스팟(Spot)’과 2족보행 로봇 ‘아틀라스(Atlas)’가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춤추는 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스팟과 아틀라스가 나오는 TV광고도 시작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최근 방탄소년단이 부른 현대차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의 주제곡 ‘아임 온 잇(I’m On It)‘에 맞춰 스팟이 춤추는 영상 ’스팟 온 잇(Spot’s On It)'을 유튜브에 올리며 현대차그룹과 협업을 알렸다.

글로벌 완성차제조업체인 현대차그룹과 협업은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업성을 채워줄 수 있는 카드가 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지닌 로봇업체로 평가되지만 그동안 기술력을 매출로 연결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서 최근 10년 사이 주인이 3번이나 바뀌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과 협업을 하면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미국 등 국내외 현대차그룹의 생산현장에 로봇제품이나 기술을 공급하며 매출을 늘릴 수 있다.

상장이 4년 뒤 예정된 점도 상업성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높인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하며 나머지 지분 20%를 남겨뒀는데 4년 뒤 상장을 통해 소프트뱅크그룹이 지분을 털고 나갈 출구를 마련해주기로 했다.

상업성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주요 요인인 만큼 현대차그룹과 소프트뱅크그룹 모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업화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업화는 로버트 플레이터 CEO가 이끈다.

플레이터 CEO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설립자인 마크 레이버트 전 CEO와 함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산 증인으로 평가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교수로 일했던 레이버트 전 CEO가 1992년 대학 내 벤처로 시작한 로봇업체로 2013년 구글, 2017년 소프트뱅크그룹, 202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됐다.

플레이터 CEO는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서 항공우주공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1994년 박사학위를 딴 뒤 곧바로 보스턴다이내믹스에 합류해 2012년까지 기술 부사장으로 일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구글로 인수되면서 구글로 자리를 옮겼는데 구글에서도 로봇공학 이사(Robotics Director)를 맡아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업을 이끌었다.

이후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소프트뱅크그룹에 인수될 때에 맞춰 다시 보스턴다이내믹스 COO(최고운영책임자)로 돌아왔고 2019년 말 레이버트 전 CEO가 물러나면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두 번째 CEO에 올랐다.

플레이터 CEO의 이런 경력은 현대차그룹과 협업을 할 수 있는 장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구글과 소프트뱅크 등 세계 유수의 글로벌기업을 주인으로 만나면서도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기술적 우월성을 바탕으로 한 배타적 기업문화가 상업화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현대차 만난 보스턴다이내믹스,  CEO 플레이터 로봇 상업화 더 빠르게

▲ 현대차 글로벌 브랜드 홍보대사 방탄소년단과 로봇개 '스팟', 어린이용 넥쏘 차량. <현대자동차>


플레이터 CEO가 과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주인이 바뀌는 동안 우여곡절을 모두 겪은 만큼 협업을 통한 매출 확대 등 상업성 확보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창립자였던 레이버트 전 CEO가 내려오고 플레이터 CEO가 오른 시점을 전후해 스팟을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상업화에 힘을 주기도 했다.

플레이터 CEO는 현재 스팟 상용화에 힘주는 동시에 내년 출시할 물류로봇 ‘스트레치’의 상업화를 준비하고 있다. 스트레치 역시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기능을 강화하는 데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플레이터 CEO는 단순히 스팟만을 판매하던 이전 방식에서 벗어나 물건을 집을 수 있는 ‘스팟 암’, 웹 기반의 운영소프트웨어 ‘스카우트’ 등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개발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스팟의 상업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월 스팟을 소개하는 영상에 출연한 플레이터 CEO는 “스팟을 출시한 뒤 고객이 실제 운영환경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고 원하는지 지속해서 듣고 있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 성공은 우리가 어떤 로봇을 만들 수 있느냐가 아니라 고객이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