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MRO사업은 항공기의 수리, 정비, 개조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운행을 위한 단순한 경정비 수준을 넘어 항공기 전반을 다루는 업무를 말한다.
31일 인천국제공항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북미지역의 항공사와 함께 인천공항에 정비고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항공사는 대형항공기 등 모두 110여 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곳으로 이미 올해 초에 인천공항의 사전답사까지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르면 6월 중으로 투자유치 협의각서(MOA) 체결 등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 사장은 올해 2월 취임한 뒤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정비사업 확장에 공을 들여왔다.
5월에는 이스라엘 국영기업인 IAI의 B777-300ER 항공기 개조사업을 맡을 첫 해외 생산기지로 선정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IAI와의 항공기정비사업을 통해 2024년부터 2040년까지 누적 수출액 1조 원, 2100명의 고용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사장의 항공기정비사업 확대는 기존에 사업을 진행해 온 경남 사천시와 갈등을 낳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 항공기정비사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위치한 사천시가 주도권을 쥐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12월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정부지원 항공정비사업자로 선정한 바 있다.
사천시와 사천지역 정치권에서는 항공기정비사업을 통한 지역경기 활성화에 공을 들여온 만큼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사업 확장에 날선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김 사장이 취임한 뒤 항공기정비사업에 지속적으로 힘을 싣는 모양새인데다 구체적 성과도 나오기 시작하면서 사천지역 정치권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송도근 사천시장은 31일 사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항공기정비사업에 참여한다면 국가핵심인프라 사업과 관련된 중복투자로 혈세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며 “걸음마 단계인 항공기정비사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사천지역 경제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인 만큼 12만 사천시민과 함께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사천이 지역구인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 역시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기정비사업 확대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전면 배치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기정비사업 추진을 놓고 인천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직접 참여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안과 경남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항공기정비사업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상반된 법률안이 제출돼 현재까지 계류 중이다.
김 사장은 정치권에서 갈등에도 불구하고 항공기정비사업의 확대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코로나19에 따른 영향으로 지난해 창사 이후 첫 영업손실을 보는 등 경영상 어려움에 처하면서 면세점 임대료에 상당 부분을 의존해 온 기존 영업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2월 취임 직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코로나19가 해소되면서 자연스럽게 과거의 항공여객을 회복하고 흑자 공기업과 글로벌 공항서비스 1위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란 안이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며 “공항 수익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임대료에 기댄 수익비중을 해외 공항관리사업 및 항공 인프라 건설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2020년에 경남 사천공항은 기체중정비, 김포공항은 LCC(저비용항공사) 경정비, 인천공항에는 글로벌 항공항공기정비기업 유치 등 각 지역별로 사업분야를 나눈다는 내용의 제3차 항공정책 기본계획(2020~2024)을 마련하기도 했다.
다만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정비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관련 법안 통과 등이 필요한 만큼 김 사장은 다른 지방자치단체, 기업 등과 협업 확대로 갈등을 줄이려는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5월에 IAI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번 계약으로 항공기 개조에 들어가는 부품의 50~60%는 대부분 KAI와 협력사에서 납품받을 것”이라며 “항공기정비사업은 워낙 범위가 다양하고 한국의 경쟁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서로 제로섬으로 볼 게 아니라 각 지역에서 강점이 있는 부분을 유치해 ‘윈윈(win win)’하면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