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아이금융투자(VI금융투자)가 JT저축은행 인수를 향한 걸음을 다시 뗐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한 차례 고배를 마셨는데 JT캐피탈을 먼저 인수하는 방법으로 이전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받는다.
 
브이아이금융투자, JT캐피탈 거쳐 JT저축은행 인수에 강한 의지

▲ 브이아이금융투자 로고.


14일 브이아이금융투자에 따르면 이날 J트러스트와 JT캐피탈 주식 양수도계약이 이뤄졌다. 주식 양도 예정일은 6월15일이며 매각가격은 1165억 원이다.

브이아이금융투자의 JT캐피탈 인수는 JT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디딤돌이라는 시각이 많다.

브이아이금융투자는 2020년 10월 J트러스트와 JT저축은행 주식양도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기한 내에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거래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과 달리 캐피털 인수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브이아이금융투자는 우선 JT캐피탈을 먼저 인수한 뒤, JT캐피탈을 통해 JT저축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JT캐피탈 인수 완료 후 3개월 이내에 J트러스트와 JT저축은행 인수 계약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비슷한 구조로 인수가 이뤄진 사례도 있다. 2019년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PEA가 애큐온캐피탈과 그 자회사로 있던 애큐온저축은행을 함께 인수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저축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대주주의 대주주까지도 포함이 된다. JT캐피탈은 물론 또다시 브이아이금융투자까지 대주주 적격성 심사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인수구조만 바꾼다 해서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브이아이금융투자도 이 부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심사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JT저축은행 인수 전까지 인수를 순조롭게 마무리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브이아이금융투자 관계자는 “JT캐피탈과 JT저축은행을 모두 인수하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금융감독원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인수구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브이아이금융투자는 홍콩계 사모펀드 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PE)가 2019년 말 하이투자선물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는 브이아이자산운용(옛 하이자산운용)도 동시에 인수했다.

여기에 JT저축은행과 JT캐피탈까지 더해지면 금융그룹으로서 어느 정도 한국에서 사업기반이 갖춰질 수 있다. 케인 양 뱅커스트릿 이사회 의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브이아이자산운용과 브이아이금융투자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금융사업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브이아이금융투자의 지배구조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정점에 있고 여러 주주들이 참여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심사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브이아이금융투자의 최대주주는 특수목적법인(SPC)인 비케이에스제1호 주식회사로 지분 65.22%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HDC아이앤콘스(17.48%), HDC아이콘트롤스(8.7%) 등 HDC그룹 계열사가 지분 26.18%를 보유했다. KB증권도 지분 8.6%를 들고 있다.

비케이에스제1호 주식회사의 지배구조 역시 단순치 않다. 뱅커스트릿이 조성한 뱅커스트릿코인베스트먼트가 지분 전량을 들고 있지만 브이아이금융투자 인수금융으로 동양으로부터 120억 원을 대여해 사실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뱅커스트릿코인베스트먼트 역시 홍콩계 금융투자회사 VIAMC가 지분 절반을 출자하고 쿠쿠전자가 18.9%를 출자하는 등 주주 구성이 나뉘어 있다. 사모펀드와 차입, 국내 자본이 섞여 있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녹록치만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브이아이금융투자가 실적 개선을 통해 인수 후 지속가능성을 향한 우려도 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2020년 브이아이금융투자는 순손실 36억 원을 내 2019년 순손실 14억 원보다 적자규모가 커졌다. 관계사인 브이아이자산운용은 2020년 순이익 32억 원을 내 2019년 44억 원보다 실적이 둔화했다.

JT캐피탈은 2020년 순손실 3억 원을 냈다. JT저축은행은 순이익 223억 원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