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전고체배터리, 리튬황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낸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은 완성차업계의 전기차배터리 내재화 흐름 속에서 기술력을 앞세운 차세대 전기차배터리 개발로 시장 경쟁력에서 한발 더 앞서기 위해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29일 배터리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완성차기업들의 잇따른 전기차배터리 내재화 선언에 배터리 제조기업들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과 중장기적으로 배터리업체들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하다.
폴크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현대차그룹 등 전기차를 만드는 주요 완성차기업들은 배터리 내재화 비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데 포드도 28일 배터리 자체개발을 위한 배터리 개발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완성차기업의 배터리 내재화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확산되는데도 배터리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배터리사업이 핵심기술이나 특허 등을 활용한 생산 노하우가 축적돼야 하는 높은 진입장벽을 갖춘 시장이라는 점이 그 근거로 꼽힌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완성차기업이 전기차배터리 수요를 모두 내재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완성차기업이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한다고 해도 기존 배터리기업과 협업은 계속 이뤄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배터리사업 주체가 많아져 경쟁이 심해지고 배터리 제조기업들의 고객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에 공감하는 견해가 많다.
장승세 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 전무는 28일 LG화학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완성차기업 배터리 내재화에 따라 배터리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일정 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종현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전기차배터리 관련 기술력을 발전시켜 한발 앞선 차세대 배터리 개발로 중장기적 성장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우선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배터리 상용화시점을 애초 2027년으로 잡았는데 이를 상황에 따라 이르면 2025년에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전고체배터리시장도 빠르게 선점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완성차기업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전고체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일본 토요타는 2025년부터 전고체배터리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전고체배터리 상용화 시점을 2027년으로 제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도요타와 경쟁하면서 국내 기업 가운데서도 선도적으로 전고체배터리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전고체배터리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보다도 앞서는 목표다.
이영진 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전고체배터리시장 형성은 2030년으로 예상된다"며 "리튬이온배터리에서 뒤진 일본 기업들이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힘을 싣고 있어서 우리도 정부 차원의 체계적 연구개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승돈 LG에너지솔루션 자동차전지개발센터장은 28일 전자신문사 주최로 열린 '배터리 데이 2021' 온라인행사에서 "전고체배터리 상용화까지는 기술혁신이 필요해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구개발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고체배터리는 배터리 내부에 있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로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안전성과 수명이 높아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김 사장은 전고체배터리 상용화 이전에 또 다른 차세대 배터리인 리튬황배터리의 전기차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리튬황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리튬황은 리튬이온보다 에너지밀도가 1.5배 이상 높아 더 나은 성능을 낼 수 있다. 또 리튬과 비교해 황은 풍부한 자원으로 배터리 제조단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최 센터장은 "리튬황배터리를 드론에 처음 활용하겠지만 전기차에 적용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며 "리튬황배터리를 전고체배터리보다 먼저 상용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리튬황배터리를 무인기에 탑재해 13시간 비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전기차배터리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고체배터리와 리튬황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기술 개발은 완성차기업들의 배터리 내재화 이슈에 따른 영향을 줄이면서 동시에 다른 배터리기업과 경쟁에서도 앞서갈 수 있는 중장기 과제로 볼 수 있다.
김 사장은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시장 지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기준 세계 전기차배터리 사용량 점유율에서 23.5%로 중국 CATL(24%)에 이어 2위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전체 배터리 생산능력 120GWh를 보유하고 있는데 2025년까지 미국에서만 140GWh 규모의 생산능력를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16일 미국 테네시주 제2합작공장 건설을 위해 GM과 설립한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에 9억3350만 달러(1조642억 원)를 출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더해 유럽에서도 추가 생산거점 확보를 추진하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먼저 기존 리튬이온배터리의 경쟁력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다음 단계로 도약을 위해 전고체배터리, 리튬황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