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시공권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서울시장 교체로 다시 진행될 수 있을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GS건설은 은마아파트 지하를 통과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C노선사업 수주도 노리고 있는데 재건축사업이 본격화하면 주민 반발을 달래면서 GTX-C노선사업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8일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은마아파트 등 서울 주요 재건축사업 진행에 다시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다.
오 시장은 서울시 아파트의 35층 층고 제한 등 서울 주요 재건축사업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규제를 완화할 의지와 권한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 점은 우선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2002년 삼성물산과 컨소시엄을 이뤄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확보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은 현재도 재건축조합이 설립되지 못한 재건축조합설립 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기 전인 2002년에는 조합설립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도 시공사를 선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은마아파트는 4424세대 규모에 이르는 대형단지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사업장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재건축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면 GS건설로서는 대규모 매출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도시정비사업에서 확고한 입지를 더욱 다질 수 있게 된다.
다만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 GS건설은 GTX-C노선사업을 수주하는 일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GTX-C노선의 지하 통과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 GS건설이 GTX-C노선사업을 수주하면 GS건설과 은마아파트 주민 사이에 이해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재건축사업이 다시 진행된다면 은마아파트 주민들이 GS건설을 압박할 가능성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은마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함께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이 GTX-C노선사업을 포기했다는 점도 의식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최근 GTX-C노선 관련 팀을 해체하고 수주전에서 발을 뺀 것으로 파악되는데 은마아파트 주민 반발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알려져 있다.
GS건설이 KDB산업은행 등과 구성한 컨소시엄은 현대건설 컨소시엄, 신한은행 컨소시엄과 함께 GTX-C노선 사업을 수주할 수 있는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GS건설이 은마아파트 주민과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GS건설이 수주에 성공했을 때 내놓을 수 있는 방안으로는 GTX-C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통과하지 않게 설계를 변경하는 방안이 꼽힌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지하를 깊게 파는 방식의 대심도 공사가 이뤄지더라도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의 안전성에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은마아파트가 GTX-C노선의 주요 정차역인 서울 서초구 양재역과 서울 강남구 삼성역을 잇는 중간지점에 있다는 점에서 설계변경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GTX-C노선이 양재역에서 동쪽으로 크게 꺾어 삼성역으로 향하게 설계돼 있는데 곡선 반경 등을 고려하면 은마아파트 인근을 지나지 않는 방안은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밖에 은마아파트의 안전을 위해 은마아파트 재건축과 GTX-C노선 공사를 동시에 추진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새 아파트 건설과 GTX-C노선 공사를 함께 진행하면 공사 진행과정에서 주민 불안감을 없앨 수 있고 첨단 설계와 공법을 통해 지하의 GTX-C와 상부의 새로운 아파트가 모두 안전한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GTX-C노선의 착공이 당장 내년으로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이 방법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GTX-C노선의 착공을 늦추는 것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의 전체 계획에 차질을 가져올 수 있어 쉽지 않고 반대로 은마아파트 재건축 공사를 내년부터 시작하도록 하는 것은 재건축 사업을 아무리 서두른다고 해도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GS건설은 GTX-C노선 설계변경 가능성 등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GS건설 관계자는 “수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