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돈을 받고 금융권 관계자들을 소개해준 혐의를 받고 있는 전 금융감독원 간부의 재판에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전 옵티머스자산운용 이사인 윤석호 변호사가 증인으로 출석해 책임을 서로 떠넘겼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윤모 전 금융감독원 국장의 첫 공판을 열고 김 대표와 윤 변호사를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이사, '금감원 뒷돈' 재판에서 서로 책임전가

▲ 펀드 환매가 중단된 옵티머스자산운용. <연합뉴스>


윤 전 국장은 금감원에 재직하던 2018∼2019년 금융계 인사를 소개해주는 등의 명목으로 자산운용사 등으로부터 모두 47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가운데 2천만 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에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윤 변호사는 2018년 4월 평소 친분이 있던 윤 전 국장을 김 대표에게 소개했고 이후 윤 전 국장이 김 대표와 윤 변호사를 시중 은행 임원들에게 소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며칠 뒤 옵티머스 2대주주인 이동열 이사가 윤 전 국장에게 돈을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 변호사와 김 대표는 이 이사가 돈을 보내게 된 경위를 놓고 엇갈린 진술을 했다.

윤 변호사는 윤 전 국장이 김 대표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고 자산운용사 대표 명의로 돈을 보내면 문제가 될 수 있어 이 이사가 대신 돈을 보냈다는 사실을 이 이사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윤 전 국장에게) 채무를 독촉해 보겠다"고 말했지만 금감원 간부와 관계가 틀어질 것을 우려한 김 대표가 만류해 채무를 독촉하거나 이자를 받지 않았으며 차용증도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김 대표가 죄를 뒤집어 씌우려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대표는 시중은행 임원을 소개받은 뒤 윤 전 국장이 돈을 빌려달라고 말해 상당히 불쾌했으며 윤 전 국장으로부터 계좌번호를 받았지만 돈을 보내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은행 임원 2~3명 소개해줬다고 3천만 원을 빌려달라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윤 변호사에게 화를 내며 "네가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윤 변호사와 이 이사에게 윤 전 국장이 돈을 갚았냐고 물었고 안 갚았다고 하자 예상대로 사기꾼 아니냐는 정도의 대화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이 이사가 윤 전 국장에게 돈을 보낸 이유와 관련해 "윤 변호사와 이 이사는 형제 같은 사이로 윤 변호사가 자기 계좌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라 대신 보내준 것으로 보인다"며 윤 변호사와 이 이사가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전 국장측 변호인은 "공소장 기재대로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거나 빌린 바는 있지만 결코 알선 대가가 아니었고 직무 관련성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