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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LG화학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성공할까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6-01-20 17: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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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수, LG화학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성공할까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6일 충북 청주공장을 방문해 수처리필터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진수 부회장이 LG화학의 사업구조 변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국내 석유화학업계 1위다. 하지만 최근 유가불안과 경기침체로 석유화학 사업의 실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LG화학을 비롯해 석유화학기업들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박 부회장도 동부팜한농 인수와 중대형전지 사업 육성 등으로 석유화학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박 부회장이 LG화학 체질의 근본적 변화에 성공할까?

◆ 박진수, 신사업 육성 의지

20일 업계에 따르면 박진수 부회장은 LG화학의 사업구조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석유화학부문으로 쏠림현상을 막고 미래 성장동력을 육성하기 위해서다.

박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LG화학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내겠다고 선언했다. 박 부회장은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 안일한 대처방식으로는 어렵다”며 “사업구조와 사업방식, 조직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은 이를 위해 미래지향적인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을 우선순위에 꼽았다. 박 부회장은 “에너지, 바이오, 무기소재 분야 등을 포함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회장 이런 의지는 올해 행보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박 부회장은 연초 첫 현장방문지로 오창공장과 청주공장을 선택했다. 오창공장은 2차전지를 생산하고 있고 청주공장은 수처리필터를 생산하는 곳이다. LG화학이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분야다.

박 부회장은 2012년 LG화학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이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해마다 여수공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 여수공장은 연산능력 115만 톤 규모의 NCC(나프타분해시설)를 갖추고 있어 LG화학 석유화학사업의 중심지다.

LG화학은 지난해 3분기 누적기준으로 매출의 73.0%, 영업이익의 94.8%를 기초소재사업부문(옛 석유화학사업부문)에서 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박 부회장이 여수공장을 가장 먼저 방문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박 부회장이 올해 여수공장이 아닌 오창공장과 청주공장을 먼저 방문했다는 사실은 큰 의미를 지닌다. 석유화학 중심의 사업구조를 바꿔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성장동력 분야에 힘이 더욱 실릴 것으로 보인다.

◆ 전지사업, 올해 실적성장 본격화하나

LG화학의 주력사업인 석유화학사업을 제외하면 올해 가장 기대가 되는 사업부문은 전지사업부문이다.

특히 자동차 배터리 등 중대형전지 실적이 본격적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적자를 냈던 중대형전지 사업은 매출 증가와 함께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LG화학은 지난해 테슬라를 비롯한 주요 전기차 기업들과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으면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주물량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 공략을 위해 지난해 말 난징에 10만 대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 공장도 준공했다. 글로벌 생산능력도 18만 대 규모로 세계 최대에 올랐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수주물량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구축해 올해부터 성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백영찬 현대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에 중대형전지에서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냈을 것”이라며 “전기차 배터리 판매량 증가로 2016년 실적도 호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수, LG화학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성공할까  
▲ 이웅범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한승재 동부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다”며 “2016년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1조2천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매출은 7천억 원으로 추산된다.

박진수 부회장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전지사업 실적에 대해 “올해 전지사업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사업도 성장이 기대된다. 시장조사기관 네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ESS분야에서 삼성SDI와 비야디 등을 제치고 글로벌 경쟁력 1위에 올라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미국AES에너지스토리지와 1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맺었다. ESS업계 최대 규모의 공급계약이다.

LG화학은 이번 계약으로 삼성SDI와 ESS 글로벌 시장점유율 경쟁에서도 우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 농화학사업도 성장동력으로 탑재

LG화학이 새롭게 진출한 농화학분야에 대한 기대도 크다.

LG화학은 8일 국내 농자재 1위 회사인 동부팜한농 지분 100%를 5152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어 인수를 확정했다.

박진수 부회장은 이번 인수로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성장동력으로 삼는 농화학분야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고무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박 부회장은 “이번 동부팜한농 인수로 농화학사업에 진출해 선진형 종합 화학회사로 거듭날 것”이라며 “LG화학의 글로벌 사업 노하우와 체계적인 영업 및 구매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톱10 업체로 적극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이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데 대해 높은 평가가 주를 이룬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은 연간 400억~5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이 추가 발생할 것”이라며 “LG화학이 생산하고 있는 EDC, EO, 옥탄올로부터 농약원제를 생산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농화학부문은 고성장이 예상돼 사업성이 높다”면서 “LG화학은 이번 인수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LG화학이 합리적인 인수가격에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점도 긍정적이다.

황규원 연구원은 “동부팜한농 설비 유형자산이 5354억 원이라는 점에서 LG화학이 지불하는 5152억 원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LG화학의 연평균 잉여현금 창출능력은 5천억 원 내외”라며 “외부차입 없이 동부팜한농 인수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LG화학, 각자대표제 부활하나

LG화학 경영체제가 달라질지도 주목된다. 사업부문별로 역량을 집중하고 책임경영을 하기 위해 각자대표제도를 재도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LG화학은 LG그룹에서 가장 먼저 각자대표제를 도입한 곳이다. LG화학은 2012년 주총에서 박진수 석유화학사업본부장, 박영기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 권영수 전지사업본부장 등을 대표이사로 선임해 사업본부별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박진수, LG화학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성공할까  
▲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그러나 지난해 다시 박진수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로 돌아갔다. LG화학은 사업본부장들이 이사회 참석 등 대표이사로서 부담을 내려놓고 해외일정 소화 등 사업추진에 전력을 쏟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단독대표 복귀는 LG화학 사업구조가 기초소재부문에 집중돼 있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만큼 석유화학사업이 LG화학에서 절대적인 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부회장이 올해 사업구조 개편과 신사업 강화 등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힘의 균형추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에서 각자대표제 재도입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LG화학이 전지사업본부장으로 CEO급인 이웅범 사장을 맞아들인 점도 각자대표제 부활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LG화학이 2012년 각자대표제로 변경할 때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지낸 권영수 사장이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옮긴 직후였다.

이웅범 사장은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이 사장은 LG그룹 최고의 생산·품질 전문가로 꼽히는데 LG화학 중대형배터리 사업의 본격적인 양산체제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LG화학 관계자는 “대표이사 체제 변경 등은 현재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 몸집 커진 LG화학, 분할할까

LG화학이 사업을 분할할 가능성도 떠오른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의사결정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회사를 분할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인수합병이나 지배구조 개편 등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합병을 결정한 글로벌 화학기업 다우케미칼과 듀폰이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합병을 끝낸 뒤 순차적으로 회사를 3개로 분할하기로 했다. 합병회사인 다우듀폰은 석유화학소재와 특수제품, 농화학분야 등 세 부분으로 회사를 쪼갤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 역시 석유화학과 전지사업, 전자소재사업에 이어 이번에 동부팜한농 인수로 농화학사업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게 됐다.

LG화학은 지난해 LG그룹에서 가장 덩치가 커진 것은 물론이고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 톱10까지 진입했다. 시가총액 규모는 20조 원을 돌파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성장 속도와 동부팜한농 지분가치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LG화학의 시가총액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2008년 기록한 LG그룹 내 최고 시가총액(24조9820억 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경영효율화와 사업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지사업본부 등을 분할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LG화학의 전지사업 분사설이 2011년에도 나왔다. 당시 LG화학은 “배터리사업 경쟁력 강화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한 바 있으나 분사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 뒤 LG화학은 분사 대신 사업본부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이듬해 각자대표제를 도입했다.

LG화학은 여러 차례 사업을 분할한 적이 있다. LG화학은 2001년 지주회사인 LGCI와 사업회사 LG화학을 나누면서 LG생활건강을 분사했다. 그뒤 2002년 LG생명과학, 2009년 LG하우시스를 독립법인으로 떼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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