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이사회 안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관련 내부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ESG경영을 강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ESG를 구성하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3가지 축 가운데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지주 ESG경영 경쟁적, 지배구조는 갈 길 멀어

▲ 4대 금융지주 로고.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가 모두 이사회 안에 ESG경영을 총괄하는 내부위원회를 꾸리고 ESG경영을 확대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첫 글자를 딴 ESG경영은 친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을 뜻한다.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금융권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에 관한 위기감이 번지면서 ESG경영이 디지털, 글로벌, 비은행 강화 등과 더불어 금융지주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금융지주들은 ESG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ESG경영을 직접 챙기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신한금융지주는 정관변경을 통해 기존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ESG전략위원회로 확대개편하며 우리금융지주는 ESG경영위원회를, 하나금융지주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한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3월부터 이사회 안에 ESG위원회를 두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더 나아가 ESG 부회장 자리도 만들었다.

탄소중립 선언, 탈석탄금융 등을 통해 친환경 투자와 금융지원에 눈을 돌리고 취약계층 지원 및 신생기업 육성 등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는 점에서는 금융지주가 ESG경영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두고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다만 ESG경영 가운데 한 축인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구심 어린 시선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의 주체가 돼야 하는 경영자 다수가 법적 리스크에 휘말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주사만 놓고 보더라도 4대 금융지주 안에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법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KB금융지주에서는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라임자산운용 펀드 사태로 제재를 받을 위기에 놓여 있다.

오너가 없는 금융지주에서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최고경영자를 견제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받는다.

세계적 의결권자문사 ISS는 금융지주 주주총회를 앞두고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선임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면서 이사회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국민연금공단도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선임안건을 두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기업가치 훼손 혹은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하나금융지주는 함영주 부회장을 ESG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에 엮여 있는 만큼 ESG경영을 이끌 적임자인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릴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지주들이 ESG경영을 내걸면서 친환경 투자, 취약계층 금융지원 등 환경(E)과 사회(S)와 관련해 숫자로 보여줄 있는 실적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들이 ESG경영에 관심을 보인지 채 2년도 지나지 않은 만큼 앞으로 지배구조라는 숫자로 보여주기 힘든 부분에도 눈을 돌릴지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