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향년 84세.

31일 KCC에 따르면 정상영 명예회장이 30일 숙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정상영 KCC 명예회장 84세로 별세, 범현대가 1세대 막 내려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상영 명예회장은 최근 건강 악화로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아내 조은주씨와 아들인 정몽진 KCC 회장, 정몽익 KCC글라스 회장, 정몽열 KCC건설 회장 등 유족들이 임종을 지켰다.

KCC는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는 최대한 조용하게 간소하게 치르고 조문과 조화는 받지 않기로 했다”며 “빈소 위치와 발인 등 구체적 내용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음을 양해바란다”고 말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내동생으로 1936년 12월7일 강원도 통천에서 태어났다.

1958년 금강스레트공업을 창업해 정주영 명예회장의 뒷바라지를 마다하고 독자적 입지를 다졌다. 1970~1972년 현대자동차에서 부사장을 지내며 경영수업을 받기도 했다.

1970년 금강스레트공업의 회사이름을 금강으로 바꾼 뒤 1974년 고려화학을 설립했다. 이후 2000년 금강과 고려화학을 금강고려화학으로 합병해 지금의 KCC를 만들었다.

그를 마지막으로 정주영 명예회장,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 정순영 현대시멘트 명예회장. 김영주 서한그룹 명예회장의 아내인 정희영씨, 정세영 HDC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정신영 동아일보 기자, 정상영 명예회장 등 범 현대가 1세대가 모두 세상을 떠났다.

KCC는 정상영 명예회장이 현장을 중시하는 경영 스타일로 KCC를 건자재, 실리콘, 첨단소재를 아우르는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키워냈다고 말했다. 그가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에도 지난해 말까지 꾸준히 회사에 출근하는 등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현대그룹에서 일어난 ‘왕자의 난’이 KCC에서 재연되지 않도록 승계 작업에도 공을 들였다.

정몽진 회장이 KCC를, 정몽익 회장이 KCC글라스를, 정몽열 회장이 KCC건설을 각각 이끄는 지금의 체제가 일찌감치 구축돼 KCC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상영 명예회장 자신이 현대그룹 ‘시숙부의 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003년 남편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 회장에 오르자 정상영 명예회장은 정씨 가문의 현대그룹을 현씨 가문에 넘겨줄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KCC가 현대그룹 지주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6.2%를 사들여 최대주주에 오르도록 했다.

당시 정상영 명예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고 정주영 회장이 세워 온 현대그룹의 전통이 훼손될까 우려됐다”며 “현대그룹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영권 분쟁은 현정은 회장의 승리로 끝났다.

금융당국은 KCC가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매입한 뒤 지분 변동에 따른 공시의무를 지키지 않았음을 들어 매입 지분을 매각하라고 지시했다.

정상영 명예회장은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