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이 현대종합상사 경영을 맡은 지 6년 만에 계열분리를 앞두고 있다.
정 회장은 과거 현대정유그룹을 출범하며 독자적인 경영을 시도했지만 한차례 실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이번에 현대종합상사그룹을 다시 꾸려 재기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
|
|
▲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현대종합상사를 현대중공업그룹에서 분리한다. 현대중공업은 내년 초에 공정거래위원회에 계열분리 승인을 신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정 회장은 22일 현대중공업으로부터 현대씨앤에프 주식 87만9516주를 시간외매매 방식으로 사들였다. 약 313억 원 규모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씨앤에프 주식은 모두 163만4608주로 늘어났다. 정 회장은 지분 17.96%로 현대씨앤에프 최대주주가 됐다.
현대씨앤에프는 이날 현대중공업에서 현대종합상사 주식 256만2천주를 797억7천만 원에 인수했다. 현대씨앤에프는 현대종합상사 지분 19.37%를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이날 주식거래로 정 회장은 현대씨앤에프를 통해 현대종합상사까지 손에 넣게 됐다.
정 회장은 현대종합상사 지분 8.30%도 보유하고 있다. 정 회장과 현대씨앤에프가 확보한 현대종합상사 지분은 27.67%에 이른다.
정 회장은 내년에 계열분리를 마무리해 현대씨앤에프에 대한 지배력을 완전히 갖추고 독자경영에 나서게 된다.
현대중공업은 2009년 12월 현대종합상사를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했다. 정 회장은 2010년 현대종합상사 회장에 올라 현대종합상사를 이끌어 왔다. 당시부터 정 회장이 현대종합상사를 계열분리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계열분리가 본격화된 것은 올해 5월이다. 현대종합상사가 브랜드 및 식료사업을 하는 현대씨앤에프를 분할하면서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정 회장은 반년 만에 현대씨앤에프를 통해 현대종합상사를 계열분리하게 됐다.
정 회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다섯째 동생 정신영씨의 외아들이다. 정신영씨가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자 정주영 명예회장이 정 회장을 거둬들였다.
정 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지원 속에 20대에 현대정유의 전신인 극동정유 부사장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정 회장은 1993년 32세의 나이로 현대정유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정 회장은 국내 정유업계 최초로 주유소 브랜드 오일뱅크를 만들었다.
정 회장은 외환위기 이후 외자 유치를 통해 현대그룹에서 현대정유그룹을 계열분리했다. 비록 오너는 아니었으나 정 회장은 처음으로 현대그룹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경영에 나서게 됐다.
정 회장은 전문경영인으로서 현대정유그룹을 이끌었으나 경영난이 심해지자 2002년 초 현대정유에서 물러났다. 정 회장은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에 건설용자재를 공급하는 에이치앤애비뉴앤컴퍼니를 세워 재기를 도모했다.
정 회장이 다시 현대그룹 계열사로 돌아온 것은 2005년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정몽혁 회장을 현대메티아 사장에 앉혔다.
정 회장이 현대종합상사 회장에 오른 것도 사촌인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 배려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