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대우증권 노동조합이 대우증권을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하면 전면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자용 대우증권 노조위원장은 22일 성명서를 내고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결정될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선정 취소 투쟁에 들어가겠다”며 “본실사부터 원천봉쇄하고 최악의 경우 조합원 투표를 거쳐 총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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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DB대우증권 노동조합이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에서 대우증권을 인수하게 된다면 전면 반대에 나서겠다고 22일 밝혔다. <뉴시스> |
대우증권 노조가 이처럼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은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인수자금 조달방법으로 차입매수(LBO) 방식을 채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차입매수는 기업을 인수합병할 때 인수대상인 기업의 자산이나 향후 현금 유동성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비교적 적은 자본금으로 대형 인수합병을 할 수 있지만 인수 대상인 기업에서 차입금 부담을 지게 된다.
이 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이 차입매수 방식으로 빌린 돈은 인수합병 뒤 통합 증권사에서 갚아야 한다”며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이 인수 대상인 대우증권의 자산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해 상환 부담까지 짊어지게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KB금융의 대우증권 인수를 조건부로 지지한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19일 결의대회에서 고용안정과 독립경영 보장을 조건으로 KB금융의 대우증권 인수를 지지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은 대우증권의 인수주체인 동시에 합병될 회사들이기도 하지만 KB금융은 그렇지 않다”며 “KB금융에서 조달한 인수자금이 인수합병 뒤 통합 증권사에 상환 부담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미래에셋증권이나 한국투자증권에서 회사를 인수합병한다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대형 증권사인 데다 대우증권과 사업영역이 상당 부분 겹친다. 반면 KB투자증권은 몸집이 작고 주력 사업영역도 달라 고용안정 면에서 유리하다고 노조는 판단한다.
최현만 미래에셋금융그룹 수석부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면 단 한 명의 인력도 구조조정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자용 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에서 대우증권 직원들의 완전고용승계 방침을 제시했다 해도 실제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대우증권 고유의 기업문화 등을 인수합병으로 훼손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KB금융 관계자는 “대우증권 매각 본입찰 결과가 발표되는 24일 전까지 인수자금 조달방법이나 고용계획 등에 대해 밝힐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