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천 명을 넘나들고 백신 보급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상황이 주목받고 있다.
셀트리온, GC녹십자, 대웅제약 등 제약바이오기업들은 제각각 경증, 중등증, 중증 코로나19 감염환자에서 효과를 낼 수 있는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 셀트리온, 항체치료제 글로벌 임상2상 결과 이달 공개
23일 셀트리온에 따르면 이달 안으로 항체 치료제 ‘CT-P59(성분명 레그단비맙)’의 글로벌 임상2상 결과를 공개한다는 목표를 정해두고 있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셀트리온은 글로벌 임상2상에서 모두 327명 환자를 대상으로 항체치료제의 투약을 마치고 현재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제약바이오업계는 바라본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예방효과 및 초기 바이러스 사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밀접 접촉자 및 무증상 확진자 대상의 예방 임상3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애초 경증 또는 중등증 코로나19 감염환자만 대상으로 삼았는데 예방 임상3상에서 효과가 확인된다면 치료 범위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항체 치료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회복된 사람의 혈장에서 가장 효과가 좋은 중화항체를 분리해 치료제로 사용하는 바이오의약품이다.
치료효과도 있지만 항체가 체내에 존재하는 수 주 동안 단기간의 바이러스 예방효과도 발휘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다른 치료제와 비교해 비싼 가격이 단점으로 꼽힌다.
셀트리온의 항체 치료제는 아직까지 임상에서 별다른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안전성 측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미 공정검증 배치 생산도 들어갔다. 셀트리온은 올해 7월 항체 치료제 임상1상에 들어가고 임상3상을 승인받는 데까지 채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 GC녹십자 혈장 치료제 안전하지만 대량생산은 어려워, 상용화는 빠를 수도
GC녹십자는 이달 안으로 임상2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놓는 것을 목표로 혈장 치료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
GC녹십자가 개발하는 혈장 치료제는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개발하는 코로나19 치료제와 차별점을 지닌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렘데시비르는 위중한 환자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트리온 등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개발하는 치료제 대부분은 경증 또는 중등증 환자에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혈장 치료제는 셀트리온의 항체 치료제와 함께 가장 상용화가 빠를 것으로 기대받는다.
혈장 치료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겨낸 사람의 혈액에서 중화항체와 면역글로불린을 고농축해 만들어진다. 기존 혈장 치료제와 원료만 다를 뿐 개발 과정과 생산공정이 같아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식약처로부터 임상1상을 면제받은 것도 이 덕분이다.
게다가 혈장 치료제는 의료현장에서는 벌써 쓰이고 있다. 식약처에 혈장 치료제의 치료목적 사용을 신청하고 승인을 받은 국내 병원만 모두 26여 곳에 이른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에서 면역원성을 갖춘 항체를 추출해 개발하기 때문에 대량생산에서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 대웅제약, 내년 상반기 경구형 치료제의 임상3상 결과 내놓기 주력
대웅제약은 정부의 지원까지 등에 업고 코로나19 경증 환자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대웅제약은 ‘경구형’과 ‘주사형’ 등 2가지 형태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경구형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3상 결과를 2021년 상반기까지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경구형은 호이스타정이다. 호이스타정은 먹는 역류성 식도염 치료제로도 나온 약물을 재창출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안정성 등을 인정받아 식약처로부터 임상1상을 면제받았다.
주사형으로는 구충제 성분의 ‘DWRX2003(성분명 니클로사마이드)’를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DWRX2003는 1일 정부의 임상지원사업 대상과제로 최종 선정된 데 이어 21일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추진하는 코로나19 치료제 생산장비 구축지원 과제에도 예비로 선정됐다.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매서워지고 정부가 언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지를 놓고 논란이 일면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도입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을 맞은 접종자 가운데 부작용이 나타나는 등 아직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며칠 안에 식약처에 국산 코로나19 치료제 조건부 사용 승인 신청이 접수되고 다음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라고 말한 점은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을 독려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임상2상 결과를 확보한 뒤에야 식약처에 조건부 승인을 신청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발 속도가 빠른 셀트리온, GC녹십자, 대웅제약도 현재 임상2상 결과를 분석하는 단계를 밟고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당장 코로나19 치료제의 조건부 승인을 신청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발에 속도를 내달라는 당부의 의미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