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마련한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까?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로 서울 역세권 개발사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 회장이 보유자금을 개발사업 투자에 집중할 것이라는 시선이 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세권 개발에서 기회 봐, 정몽규 보유자금도 든든

정몽규 HDC그룹 회장.


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으로 1조8천억 원가량을 확보해둔 것으로 파악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3분기 말 기준으로 2조7820억 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지난해 말 기준보다 현금성 자산이 약 1조7600억 원 늘었는데 이 증가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으로 추정된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어디에 쓸 지를 놓고 그동안 다양한 전망이 나왔는데 HDC현대산업개발이 강점을 지니고 있는 개발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시선이 가장 많았다. 

정 회장은 유상증자, 회사채, 공사대금 유동화, 은행대출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마련한 만큼 금융비용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변창흠 국토부 장관 내정으로 서울 역세권 개발사업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개발사업에 투자할 공산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변 내정자는 그동안 서울에서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서울 역세권 집중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해왔다. 

서울 각 지역의 중심지인 역세권 근처에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하면 서울 외곽에만 주택이 공급돼 발생하는 서울 집값 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경제부처 업무보고에서 “신임 장관 후보자가 구상하고 있는 공급방안을 기획재정부도 함께 충분히 협의하는 등의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말한 점을 살피면 변 내정자의 서울 역세권 집중개발 구상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정 회장은 서울 역세권 개발사업이 본격화하면 뜻밖에도 큰 사업기회를 잡을 수 있다. 

서울시는 2019년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 추진계획’의 1호 시범사업지로 공릉역을 정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을 개발사업자로 선정했지만 후속사업이 가시화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변 내정자가 서울 역세권 개발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사업에 속도가 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에 지하철역만 300개가 넘는 데다 역세권 지역 대부분이 용적률 300% 이하의 3종 일반주거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 역세권 개발사업이 본격화될 때 대규모 개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 역세권 개발사업으로 역세권 인근 지역이 용적률 900% 이하의 근린상업지역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상복합이 이 지역들에 들어서면 분양 흥행이 확실한 만큼 기부채납 등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개발사업에 투자하겠다고 결정한다면 서울 역세권 개발사업을 대규모로 따내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공릉역세권 개발사업, 용산 철도병원 부지 개발사업 등 관련 경험이 건설업계에서 가장 풍부하다고 평가된다. 

향후 개발사업권을 두고 공개입찰이 벌어진다면 동종사업 경력을 내세워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으로 토지 매입 등에 필요한 자금조달 문제까지 해결한다면 많은 곳에서 진행될 서울 역세권 개발사업을 여러 곳 수주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HDC현대산업개발 주가는 변 내정자로 국토부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4일부터 9일까지 15.2%나 올랐는데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사용처와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물론 개발사업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다”라면서도 “다만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은 개발사업 투자 확대와 분리해서 별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