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주요 전자계열사 대표이사가 삼성전자 출신 인사들로 채워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체제가 들어서면서 삼성그룹은 계열사별 독립경영을 하고 있지만 전자계열사 인사만큼은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삼성전자 매출 의존 줄어도 임원인사 영향력 더 받는 '삼성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장 사장.


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2021년도 정기 사장단인사 이후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모두 삼성전자 출신이 차지하게 됐다.

이번 인사에서 내부 출신이던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나고 삼성전자 미주총괄을 지낸 최주선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삼성전자 출신의 홍원표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도 황성우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에게 바통을 넘긴다.

1월 인사에서 연임한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신규 선임된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까지 포함하면 4곳의 주요 전자계열사 대표 모두 삼성전자 출신에게 돌아갔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대표이사가 모두 삼성전자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처음이다.

삼성그룹은 2017년 3월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마련했다. 그러나 전자계열사 최고경영진 인사는 여전히 삼성전자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을 지낸 정현호 사장이 삼성전자에서 사업지원TF를 이끌면서 사실상 미래전략실의 인사기능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이번 인사를 통해 이런 기조가 더욱 명확해진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인사 명단에도 삼성전자 출신이 여럿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강화된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 인사에서 안정수 삼성전자 글로벌인프라총괄 인프라기술센터장은 삼성전기 부사장으로 승진해 이동했다. 

삼성전자 스마트IT팀장을 지내고 1월 삼성SDS IT혁신사업부장으로 이동한 강석립 부사장도 승진했다. 심의경 삼성SDI 부사장 역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인사팀장을 맡다가 올해 삼성SDI로 옮겼다.

조강용 삼성전자 상무는 삼성전기 전무로, 김동관 삼성전자 상무는 삼성SDS 전무로 승진해 움직였다.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인사는 여전히 삼성전자의 그늘 아래에 있지만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와 계열사의 사업적 협력관계는 느슨해지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계열사 일각에서 불만 섞인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부품 공급사 다변화를 추진하거나 계열사와 다른 사업전략을 펴는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가 힘을 쏟고 있는 퀀텀닷(QD)디스플레이 대신 미니LEDTV 출시를 결정한 일이 대표적이다.

전자계열사들의 삼성전자를 통해 내는 매출도 줄고 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삼성전자가 계열사로부터 매입한 거래액은 삼성전기가 8917억 원, 삼성SDS가 8454억 원, 삼성SDI가 2943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상반기 삼성전기 1조1401억 원, 삼성SDS 1조702억 원, 삼성SDI 3083억 원보다 모두 감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