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일 현대해상 각자대표이사 사장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전속설계사의 일반 법인보험대리점으로 이탈을 막고 인력관리 측면에서 판매조직을 관리하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현대해상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이 나온다.
현대해상은 채널전략TF(특별전담조직)을 구성하고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채널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차원에서 자회사형 보험대리점 설립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계획이 나온 것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조용일 사장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전속설계사의 이탈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1200% 룰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되면 전속설계사들이 받을 수 있는 모집수수료가 20~30% 줄어 전속설계사들이 법인보험대리점으로 옮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1200% 룰은 보험설계사에게 지급하는 모집수수료를 계약자가 내는 1년 치 보험료(월납보험료의 12배) 안으로 제한하는 조치다. 현재는 월납보험료의 1400~1500% 수준이다.
보험업계에서는 1200% 룰이 시행되면 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들이 전속설계사보다 이 제도로부터 자유로울 것으로 바라본다.
법인보험대리점이 1200%를 넘는 수수료를 지급했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데다 외부차입이나 내부유보금을 활용해 첫 해에 1200%를 넘기는 수수료를 지급하더라도 불시 현장검사 이외에는 이러한 사실을 알기 어렵다.
수수료 총량규제가 없어 2년차 연도에 수수료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금융당국은 1200% 룰 도입 과정에서 보험업계의 반발이 심하자 수수료 총량제를 제한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그동안 법인보험대리점들은 설계사에게 보험사보다 높은 수수료 지급 등을 약속하며 영업인력을 확보해 왔다.
법인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 수는 2002년 약 3만 명으로 국내 전체 보험설계사의 10% 미만이었지만 2015년을 기준으로 법인보험대리점 설계사 수(20만4천 명)가 보험사 전체 전속 채널 설계사 수(20만3천 명)를 넘어섰다.
지난해 말엔 23만3천 명까지 법인보험대리점 설계사 수가 증가했다. 전속설계사 수는 18만7천 명이었다.
1200% 룰이 시행되면 법인보험대리점으로 전속설계사 이탈이 가속화될 수 있는 만큼 현대해상도 이를 막기 위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세워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조 사장이 법인보험대리점 설립을 검토하는 것을 놓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전속설계사를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으로 이동시켜 판매조직을 관리하려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전속설계사 가운데 성과가 좋지 않아 수익이 적은 설계사들이 법인보험대리점으로 이직하면 판매조직의 영향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설계사들이 다른 보험사의 상품을 팔아 수익을 보전할 수 있도록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은 보험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외부 판매채널이다.
현대해상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설립하면 손해보험상품은 현대해상의 상품을 판매하고 생명보험은 계약을 맺어 자율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손해보험사 가운데 대형사로 꼽히는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하나손해보험이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에서는 신한생명이 7월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을 설립했다.
현재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를 통틀어 보험업계에는 모두 13개 자회사형 법인보험대리점이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