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안에 해외 완제기 신규수주를 따낼 수 있을까?

안 사장은 그동안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실적을 이끌던 민수사업이 코로나19로 부진한 만큼 해외 완제기 수주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완제기 해외수주 빈손, 안현호 국내 방산으로 버텨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에서 완제기 수주를 따내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올해 초만 해도 고등훈련기 T-50과 기동헬기 수리온의 동남아시아 수주 기대감이 컸는데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워졌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T-50과 수리온의 동남아 수출은 코로나19에 따른 신흥국의 경기침체와 국방예산 위축으로 올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국항공우주산업 완제기 수출사업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고 바라봤다.

올해 중순에는 미국 공군에 경공격기 FA-50을 납품할 가능성도 나왔으나 사업자 선정방식이 수의계약 형태에서 경쟁입찰로 바뀌면서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지속해서 타진하고 있는 FA-50의 아르헨티나 수출은 아르헨티나의 예산 문제에 더해 최근 영국이 아르헨티나로 무기 수출을 금지하면서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FA-50은 일부 영국산 부품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최근 캐나다 국제시험비행학교(ITPS)와 FA-50의 전술훈련 역량 향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수출 기대감이 생겼지만 남은 한 달여 동안 공급 계약서에 서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해외에서 완제기 신규수주를 따냈다. 올해도 그냥 넘긴다면 2년 연속 해외에서 완제기 일감을 더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에 따라 수주잔고도 더욱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분기 말 기준으로 해외 완제기사업에서 수주잔고 4470억 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1년 전보다 43% 줄었다. 2015년 말 1조4829억 원과 비교하면 70% 감소했다.

안현호 사장은 지난해 9월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에 올라 아직 해외 완제기 수주에서 1건의 성과도 내지 못했다.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완제기 수주 확대를 제1과제로 내세웠으나 약속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완제기사업 부진에도 전체 실적이 좋다면 부담이 조금 덜할 수 있겠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코로나19로 그동안 힘줘 왔던 기체구조물 등 민수사업에서도 어려움을 겪으며 실적이 크게 줄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2분기와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각각 영업이익 612억 원과 230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각각 47%와 52% 줄었다.

국내 방산사업으로 그나마 실적 하락을 최대한 방어하고 있지만 국내 방산사업은 민수사업이나 해외 완제기사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아 실적 회복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완제기 해외수주 빈손, 안현호 국내 방산으로 버텨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은 6월17일 사천 본사로 아시아 16개국 대사관 관계자를 초청해 한국 항공기를 알리는 행사를 열었다. 사천 공장을 찾은 아시아 대사관 관계자들이 수리온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완제기 수주를 하지 못 하면서 주가도 회복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점도 안 사장에게 큰 부담이다.

올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가 하락에 따른 한국수출입은행의 건전성 악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 24.6%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최근 3년 동안 주가 하락으로 지난해 말 손상차손으로 4455억 원 규모를 인식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한국항공주산업 주식을 1주당 6만456원에 취득해 1주당 가치를 4만3152원으로 추정해 손실을 인식했는데 현재 주가가 2만 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는 만큼 올해 말에는 추가로 손상차손을 인식할 수도 있다.

주가는 실적, 건전성, 성장성, 기대감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지만 전투기 제작업체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완제기 수주는 한국항공우주산업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한국항공우주산업 관계자는 “18일부터 열리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에서 글로벌 군 관계자를 상대로 수주활동을 펼칠 것”이라며 “각국의 환경에 부합하는 맞춤형 제안을 하고 사천의 항공기 생산현장 초청도 검토하는 등 완제기 수주 확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