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을 놓고 심경이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성사돼야만 그룹 재건을 위한 자금을 손에 쥘 수 있지만 경쟁사 대한항공에 회사를 넘겨야 한다는 점에서 입맛이 쓸 수 밖에 없다.
 
[오늘Who] 박삼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에 만감교차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1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초대형 국적항공사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KDB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은 대한항공을 지배하고 있는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자금을 투입해 한진칼이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사들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해 이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가능성이 살아나면서 금호그룹 재건의 희망도 다시 품을 수 있게 됐다. 

박 전 회장은 애초에 HDC현대산업개발에게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한 자금 3228억 원으로 금호그룹의 남은 계열사인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신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올해 9월 HDC현대산업개발과 인수계약이 틀어지며 금호고속마저 채권단 관리로 들어가는 등 궁지에 몰렸는데 다시 희망을 품을 길이 생겨난 것이다.  

코로나19로 항공업황이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팔 수 있는 기회를 다시 얻은 것 자체가 큰 행운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 2291%, 자본잠식률 56%에 이를 정도로 재무구조가 나빠져 새 인수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다만 박 전 회장으로서는 새롭게 나타난 인수자가 대한항공이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박 전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한 2017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었다. 

중국 노선 등 일부 알짜 국제노선 일부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나왔을 정도였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11월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로 국토교통부로부터 운항정지 처분을 받고 이에 불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다. 

당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악법도 법이다”며 “법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런 점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이 치열한 경쟁관계였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박 전 회장은 후발주자지만 대한항공과 대등하게 성장한 아시아나항공을 공식적 여러 자리에서 “제게 모든 것”이라고 말할 만큼 자부심을 보였다. 

그는 조양호 전 회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항공업 지식을 메우기 위해 세계 최대의 항공기 임대업체인 ALC의 스티븐 우드바 헤이지 회장과 돈독한 관계를 쌓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박 전 회장으로서는 이런 아시아나항공이 다른 곳이 아닌 대한항공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다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브랜드를 통합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은 박 회장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도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인수 이후 노선 조정과 인력 구조조정 등이 필요한 만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당분간 별도 브랜드를 유지할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