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TS 없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속성장 어떻게 증명하나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을까?
시장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방탄소년단 외에 다른 주요 수익원이 없다는 점을 불안하게 보고 있다.
방시혁 대표는 ‘유니버스’와 ‘플랫폼’ 전략을 돌파구로 제시해왔다.
유니버스는 콘텐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공유 세계관이다. ‘마블’이나 ‘디씨’가 좋은 예시다. 세계관 바탕의 콘텐츠를 만들면 지식재산(IP)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방시혁 대표는 ‘빅히트 유니버스’를 만들려고 한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소속 아티스트들의 지식재산을 ‘굿즈’(열성팬용 상품)부터 게임, 드라마, 출판물 등으로 폭넓게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빅히트 유니버스가 제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소속 아티스트의 실제 활동이 다소 줄더라도 지식재산을 활용해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유니버스 관련 사업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쪽은 역시 방탄소년단으로 꼽힌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8월 방탄소년단을 캐릭터화한 ‘타이니탄’을 내놓았다. 웹툰과 게임, 출판물 등도 내놓으면서 유니버스를 더욱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방시혁 대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플랫폼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10월15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한 당시에도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기업으로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가장 앞세운 것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팬덤사업 플랫폼 ‘위버스’다.
위버스에 입점한 아티스트는 팬덤과 직접 소통하면서 유료 동영상을 스트리밍하거나 굿즈 판매 등과 연계할 수 있다.
방시혁 대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뿐 아니라 다른 기획사의 아티스트들도 위버스에 입점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른 아티스트들이 위버스에 많이 입점할수록 위버스를 찾는 사람도 늘어나면서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 입점 수수료 수익도 지속해서 거둘 수 있다.
위버스 자체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위버스 구독자는 2020년 8월 기준 1353만 명을 넘어섰다. 위버스 관련 매출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상반기 전체 매출에서 38.3%를 차지했다.
다만 유니버스와 플랫폼은 모두 긴 시간 동안 정성을 쏟아야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지식재산의 가치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보다는 개별 아티스트에게 더 많이 귀속되는 것도 약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활동을 완전히 중단하거나 다른 회사와 계약한다면 지식재산 관련 수익도 본래 예상했던 것보다 줄어들 수 있다.
플랫폼과 관련해서는 위버스에서도 방탄소년단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 여전히 약점으로 지목된다.
위버스 가입자 가운데 49.7% 수준인 673만 명이 방탄소년단 팬덤이다.
현재 위버스에 입점한 다른 기획사 아티스트는 피원하모니, 씨엘, 선미, 헨리 정도다.
몸집 큰 팬덤을 거느린 아티스트들의 입점을 이끌어내려면 비슷한 플랫폼서비스인 네이버 브이라이브 등과 겨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제2의 BTS를 내놓을 역량 갖췄나
방시혁 대표의 ‘유니버스’와 ‘플랫폼’ 전략이 모두 성공하려면 결국 방탄소년단 외의 확실한 수익원을 만들어야 한다.
방탄소년단만큼 크게 흥행한 다른 소속 아티스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시혁 대표의 단기적 전략은 다른 기획사의 인수다. 유망한 아티스트를 보유한 기획사를 사들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아래 레이블로 편입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흥행능력을 갖춘 아티스트를 비교적 손쉽게 데려올 수 있다는 것이 꼽힌다.
‘세븐틴’은 좋은 사례다. 세븐틴은 소속사인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올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면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세븐틴은 현재 방탄소년단 다음의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월19일에 발매한 앨범이 선주문 110만 장을 넘어섰다.
위버스에서도 세븐틴이 방탄소년단 다음으로 많은 팬덤을 확보하고 있다.
중장기 전략은 전통적 방식, 즉 아티스트를 자체적으로 키우는 것이다.
방시혁 대표는 방탄소년단을 직접 키웠다. 그 뒤 남성 아이돌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를 육성했다.
11월30일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CJENM과 합작해 만든 남성 아이돌그룹 엔하이픈이 데뷔한다.
다만 어느 쪽도 방탄소년단만큼의 성과를 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세븐틴을 비롯해 인수한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 대부분은 팬덤이 커지고 있는 성장기에 아직 놓여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10월26일 세 번째 미니앨범을 내놓았는데 이날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는 9.57% 급락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자체적으로 키운 아티스트들도 아직 신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방탄소년단밖에 없다’는 시장의 불안을 가라앉히기는 쉽지 않은 셈이다.
◆ 믿을 것도 BTS, 못 믿을 것도 BTS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0월15일 상장 이후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자칫하면 공모가 13만5천 원 아래로 주가가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도 퍼졌다.
이런 상황에서
방시혁 대표가 가장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동아줄은 역시 방탄소년단이다.
방탄소년단은 11월20일 새 앨범을 내놓는데 이때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 상승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가 나온다.
방탄소년단은 누가 뭐래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실적을 떠받치는 기반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상반기에 연결 기준 영업이익 497억 원을 거뒀다.
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SM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가 올린 영업이익의 총합 370억 원을 34.2%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방탄소년단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언제든 흔들 수 있는 불안요인으로도 지목된다.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떨어지거나 제대로 활동하기 힘들어지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수익에도 곧바로 빨간불이 켜지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여러 외신도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방탄소년단 외의 흥행 아티스트를 내지 못하는 ‘원히트원더’ 회사가 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당장 눈앞에 놓인 문제는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군입대 문제다.
현행법상 2021년 ‘진’(김석진)을 시작으로 2026년 ‘정국’(전정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멤버들이 군대에 가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입대 연기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만 이것도 결국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
방탄소년단 혹은 멤버 개인이 구설수에 오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전체 수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도 불안요소로 꼽힙니다.
◆ 빅히트 주가 하락 끝은 아직 멀었나, 기관투자자 매도 폭탄 남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는 방탄소년단의 컴백 전까지도 뚫고 나아가야 할 장애물이 많다.
당장 주가를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기관투자자들의 물량 ‘털고 나가기’가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4대주주인 메인스톤과 메인스톤의 특별관계인 ‘이스톤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는 10월15일부터 20일까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식 158만 주를 팔아치웠다. 이 주식 규모만 3600억 원에 이른다.
3대주주인 스틱인베스트먼트도 15일 상장 당일에 보유한 주식 가운데 19만6177주를 매도했다.
앞으로도 기관투자자들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대거 팔아치울 가능성이 열려 있다.
당장 11월14일에는 1개월 의무보유 확약을 걸었던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식 132만 주가 시장에 쏟아져 나올 가능성이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앞으로 빠르게 반등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 때문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주가를 놓고 여러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먼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가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사의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의 괴리가 너무 심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증권사에서 제시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목표주가는 최저 16만 원에서 최고 38만 원에 이른다.
◆ 방시혁, ‘스타 작곡가’에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발돋움할까
방시혁 대표는 작곡가이자 기획자로서는 이미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JYP엔터테인먼트의 대표 작곡가 출신이다. 1997년부터 일하면서 GOD의 `하늘색 풍선`, 비의 `나쁜 남자` 등 각종 히트곡을 쏟아냈다.
2005년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세웠지만 한동안
방시혁 대표의 기획자로서 능력에는 의문이 제기됐다.
눈에 띄는 흥행 가수가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3년 방탄소년단이 데뷔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방탄소년단은 2015년 빌보드 200에 처음 이름을 올린 뒤 글로벌시장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8월21일 내놓은 ‘다이너마이트’로 빌보드 차트 핫100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1위를 차지하면서 최전성기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을 키운
방시혁 대표의 기획능력도 그만큼 높은 평가를 받게 된 셈이다.
방시혁 대표는 2019년 서울대 졸업식 축사에서 “나는 꿈이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이라며 원동력을 분노로 꼽았다. 더욱 잘해야 한다는 분노가 완벽한 콘텐츠를 만든다는 말을 덧붙였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이후 부딪친 각종 논란이
방시혁 대표에게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