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조직의 내부 결속을 다지며 정부·여당에 맞서는 강한 전사 이미지를 더욱 굳혀 나갈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보수층의 지지가 그에게 결집되는 데 힘입어 검찰조직의 분위기를 다잡으며 대통령선거를 향해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2일 정치권 안팎에서는 윤 총장이 현장행보를 통해 검찰 구성원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는 것을 두고 대선을 염두에 두고 퇴임 전까지 정부·여당 주도의 검찰개혁에 맞설 동력을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윤 총장은 10월28일 대전고등검찰청과 대전지방검찰청을 방문한 데 이어 11월3일에는 신임 부장검사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 나선다. 9일에는 신임 차장검사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기로 했다.
비록 대검찰청은 윤 총장의 일정이 예정됐던 것으로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했지만 윤 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이 갈등이 재점화하는 가운데 이뤄진 현장행보이기 때문에 내부 결속을 다지며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움직임이란 관측이 많다.
벌써부터 일부 평검사들이 정부의 검찰개혁을 비판하며 윤 총장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환우 제주지방검찰청 검사가 10월28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윤 총장을 향한 감찰 등을 비판하는 글을 올린데 이어 최재만 춘천지방검찰청 검사 역시 10월29일 이프로스에 이 검사를 지지하며 검찰개혁에 반발하는 글을 게재했다.
적지 않은 검사들이 이런 움직임에 동조하는 것으로 파악되자 ‘검란’이 벌어지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평검사들의 지지를 토대로 집권세력에 맞서며 대선주자 입지를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본다.
최근 현장행보가 단순히 내부 결속을 다지는 차원이 아니라 더 나아가 대선주자 행보의 일환이란 것이다.
법무부의 검찰인사와 조직개편으로 윤 총장은 검찰에서 권한을 상당 부분 잃었는데 평검사와 중간간부들의 지지를 다져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에 맞서 나가는 게 강단 있는 투사의 이미지를 확실히 구축하는 효과적 대선전략일 수 있다.
2일 여론 조사기관 리얼미터의 ‘10월 다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응답자 가운데 17.2%의 지지를 받아 3위에 올랐다. 지지도가 9월보다 6.7%포인트 높아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4.9%),
홍준표 무소속 의원(4.7%) 등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을 멀찌감치 따돌린 것은 물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둘 다 21.5%) 등 여권의 선두권 대선주자들에 바짝 따라붙었다.
정치권에서도 보수야권이 윤 총장을 빼놓고 다음 대선전략을 세울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본다.
대선까지 1년 4개월 여밖에 남지 않은 시점인데 윤 총장 외에 두각을 나타내는 대선주자가 아직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야권으로서는 윤 총장을 대선주자로 내세우거나 최소한 대선 레이스에 참여하도록 해 야권의 대선 경쟁력을 높이는 카드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셈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0월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는 ‘대권후보
윤석열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확실한 여왕벌이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윤 총장이 파괴력 높은 대선주자로 떠오르며 야권의 기존 대선주자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국민의힘 밖에 머물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전보다 더 초조해졌다.
윤 총장이 야권 대선 레이스에 끼게 되면 홍 의원이 야권의 본선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홍 의원은 복당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안고 있다.
홍 의원은 21대 총선 이후 야권에서 유일한 원내 대선주자로 떠올랐다. 고정 지지층이 두터워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야권에서는 늘 선두권을 지켰다.
하지만 윤 총장의 이름이 대선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하자 홍 의원의 여론조사 순위도 윤 총장에게 크게 밀리기 시작했다.
최근 홍 의원은 잇달아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윤 총장을 견제하고 있다.
그는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윤 총장을 겨냥해 “문재인 대통령 주구 노릇을 하며 정치 수사로 우리를 악랄하게 수사했던 사람을 데리고 오지 못해 안달하는 게 야당의 새로운 길인가”라고 따졌다.
홍 의원은 10월28일에도 윤 총장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는 점을 놓고 “문재인 정권의 주구가 돼 억지 기소를 한 사람을 야권 대선후보 운운하는 것은 희대의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인용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