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특정기업 대표가 아닌 한 사람의 기업인으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했다.
최 회장은 30일 경북 안동시에 있는 전통 리조트 ‘구름에’에서 열린 ‘제7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 초청연사로 참석해 “기업도 이제는 사회의 일원으로 다양성과 공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저 역시 기업인으로 새로운 책임과 역할을 고민하고 적극 실천해가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기업들이 덩치를 키우고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정적 시선도 있지만 부정적 인식 역시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인으로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으며 큰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기업에 필요한 가치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함께 만들어내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삼림보호, 이산화탄소 감축, 안전한 근로환경 조성과 같은 인류의 편의를 돕는 방식으로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함께 만들어야 기업이 살 수 있는 시대가 됐다”며 기업인이 근본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도 성장만을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좋은 기업’, ‘착한 기업’이 돼야 발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과거 벌목회사는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한 많은 나무를 베어 비싸게 파는 것이 최고의 가치였다”며 “그러나 필요한 가치만 추구하게 되면 삼림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질뿐 아니라 정부의 규제가 강화돼 오히려 사업환경이 악화되고 존속할 수 없게 된다”고 사례를 들었다.
사회가 원하는 가치를 추구할 때는 세대, 지역, 성별, 국가, 인종 등에서 비롯되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최 회장은 아마존 열대우림에 멸종생물이 늘어나면 먹이사슬이 무너지고 생태계 다양성이 사라져 결국 황폐한 사막으로 바뀌게 된다며 “우리사회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 모든 구성원들을 포용하는 ‘공감’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강연을 마친 뒤 김용학 연세대학교 총장과 특별 대담을 통해 다양성과 공감의 시대에 필요한 기업의 역할과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관한 논의를 이어갔다.
그 뒤에는 경북 영주에 있는 SK머티리얼즈 본사를 찾아 고순도 불화수소 공장 등을 둘러봤다.
최 회장은 “SK머티리얼즈가 올해 초고순도 불화수소 생산에 성공한 것은 SK그룹뿐 아니라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큰 일을 한 것”이라고 격려하고 “SK머티리얼즈가 보유한 분석기술과 인프라를 활용해 국내 반도체소재 생태계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