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10-20 15: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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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이 ‘불닭볶음면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김 사장은 삼양식품의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제품군과 생산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정수 삼양식품 총괄사장.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불닭볶음면 신화’의 주인공인 김정수 전 삼양식품 대표이사가 7개월 만에 총괄사장으로 복귀하면서 삼양식품의 성장세에 더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 사장은 유령회사를 세워 회사 자금 4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아 올해 3월 삼양식품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김 사장의 남편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도 같은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현행법상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유관 기업에 취업이 금지되는데 법무부의 별도 승인을 통해 김 사장은 최근 삼양식품에 복귀했다.
김 사장은 2012년 4월에 출시한 불닭볶음면으로 삼양식품 제2의 전성기를 이끈 주역이다.
김 사장이 2011년 초 우연히 명동의 매운 불닭 음식점 앞에서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고 매운 맛을 라면에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 불닭볶음면을 개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불닭볶음면은 2016년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삼양식품 최고의 히트상품이 됐다.
불닭볶음면은 지난 8년 동안 20억 개, 매출 규모로는 약 1조2천억 원어치가 팔렸다. 불닭볶음면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해외매출은 2015년 300억 원에서 2019년 2727억 원으로 9배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해 초 오너의 경영공백이 발생했지만 이번 김 사장의 복귀로 이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된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김 사장이 이번에 대표이사로 복귀하는 것은 아니고 2021년 초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이다”라며 “대표이사로 선임되는데 법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제 불닭볶음면의 성공을 이어갈 새 제품을 개발하는데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은 당초 올해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을 세웠으나 현재 제품개발 등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료업종 전반에서 기존 제품 위주로 판매량이 증가하는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한 결정으로 분석된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라면 신제품을 4분기에 출시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에게 불닭볶음면을 이을 후속제품은 절실하다.
삼양식품은 최근 몇 년 동안 불닭볶음면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이뤘으나 농심이나 오뚜기 등 국내외 경쟁업체 대비 인기 제품군이 한정돼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넘는다.
식품업계에서는 원히트원더(유행에 편승해 잠깐 동안 인기를 끈 상품)로 급성장했지만 금방 인기가 시들어져 회사가 어려워진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 해태제과는 2015년 ‘허니버터칩’ 열풍으로 공장까지 증설했지만 기대만큼 매출이 늘지는 않았고 팔도의 ‘꼬꼬면’은 인기가 1년 정도밖에 가지 않았다.
반짝 인기를 얻은 제품일수록 기업에게는 오히려 추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팔도는 꼬꼬면 출시 이듬해인 2012년 500억 원을 들여 라면 공장을 증설했지만 꼬꼬면의 판매량이 1년 만에 10분 1까지 떨어지면서 큰 손해를 입었다.
김정수 사장도 불닭볶음면의 수출 확대를 위해 2090억 원을 투입해 매년 약 6억 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밀양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자본금 376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의 투자다.
물론 불닭볶음면은 출시된 지 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인기가 꾸준하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 하지만 삼양식품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불닭볶음면의 인기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경쟁기업 대비 제품 포트폴리오가 한정적이다”라며 “하지만 불닭볶음면 등의 제품이 국내외 라면시장에서 입지를 확대되고 있으며 제품 포트폴리오도 점차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