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가 인수합병과 자본확충 등 외형 성장을 목적으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잇따라 실시하자 주주들이 대거 빠져나가며 주가 하락을 이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병 대표이사 회장을 포함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주가 반등에 힘을 싣기 위해 중간배당 등 적극적 주주환원정책 도입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12일 "신한금융지주가 주가를 반등하려면 라임펀드와 젠투펀드 등 사모펀드 환매 중단사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중간배당 도입에 앞서나가야 한다"고 바라봤다.
최근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경쟁 금융지주사와 비교해 뚜렷하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크게 나빠졌던 3월 말 장중 2만1850원까지 떨어졌던 신한금융지주 주가는 10월12일 시초가 시준 2만8200원으로 약 35% 반등하는 데 그쳤다.
KB금융지주 주가가 같은 기간 약 55%, 하나금융지주 주가가 62%,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38% 반등한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올해 초 자회사인 오렌지라이프 잔여지분 인수를 위해 36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주식가치가 낮아져 주가 하락세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한금융지주가 해외 사모펀드 2곳을 대상으로 약 1조16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주가가 반등할 계기를 찾기 더욱 어려워졌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의 갑작스런 유상증자 발표 뒤 외국인 주주 매도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주식가치가 떨어지고 경영진 신뢰도 역시 하락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조용병 회장이 신한금융지주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자본확충에 따른 부담을 기존 주주들이 떠안게 돼 주주 이탈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된 만큼 신한금융지주가 단기간에 실적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기업가치 상승을 이끄는 일은 주주들이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조용병 회장과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코로나19 사태로 미루고 있던 중간배당 실시 등 적극적 주주환원정책을 이른 시일에 실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는 그동안 코로나19 금융위기 대응과 금융감독원의 주주환원 자제 압박 등을 이유로 중간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이른 시일에 실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중간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검토중이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난 다음에나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주 이탈을 막을 방법을 마련하지 못하면 신한금융지주 주가 하락세가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 회장과 이사회가 과감한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조 회장과 이사회는 최근 하반기 워크숍을 열고 '저평가된 신한금융지주 기업가치 회복'을 주제로 토론을 진행하며 다양한 주가 부양방안을 논의했다.
수익성 방어와 신사업 발굴 등 실적 개선을 위한 노력이 주로 언급됐지만 중간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실시하며 시장과 활발히 소통한다는 계획도 거론됐다.
조 회장을 비롯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그만큼 주가 부양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내년부터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 합류하는 외국계 사모펀드도 배당 확대와 같은 주주환원정책 강화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
사모펀드는 주로 지분가치 상승 및 배당수익 등을 목적으로 금융회사 경영에 참여하는 만큼 주주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신한금융지주의 주주환원 강화기조는 단기적 주가 부양 목적에 그치지 않고 이사회 구성 변화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은경완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가 펀드 손실사태와 관련한 실적 타격을 정상화하고 비은행부문 이익을 높이는 것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중요한 과제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