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부담을 대폭 줄여주겠다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제안에 어떤 답변을 내놓을까?
정 회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큰 양보를 받아낸 만큼 아시아나항공 기업가치 하락 등을 내세워 인수 포기 의사를 직접 내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왼쪽)과 정몽규 HDC그룹 회장. |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파격적 제안을 내놓은 만큼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정 회장이 그동안 아시아나항공 재실사를 주장하며 인수를 미뤄온 목적이 큰 폭의 가격 인하였다면 이제는 인수를 더 미룰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동걸 회장이 '대폭 할인' 카드를 꺼냈다는 것 자체가 정 회장이 인수의지가 있음을 알려준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사실상 이 회장으로부터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6일 정 회장과 만나 아시아나항공에 7천억 원을 추가 지원해 HDC현대산업개발의 유상증자 규모를 줄여주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가격을 약 30% 깎는 수준이다.
당초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30.77% 인수와 2조177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모두 2조5천억 원가량을 들여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고 했다.
이 회장이 그동안 항공산업의 미래를 밝게 전망하며 ‘아시아나항공은 다시 없을 매물’이라고 표현했다는 점 등을 살피면 이보다 더 큰 폭의 가격 인하는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추가 요구 없이 이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 셈이다.
물론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 회장이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도 기업가치 하락 등을 이유로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한다면 그동안 강조해 온 인수의지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이는 정 회장이 정부로부터 신뢰를 잃고 향후 벌어질 수 있는 계약금 2500억 원을 둔 소송에서도 불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7월 정 회장과 따로 만날 정도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는 항공업과 건설업의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도 깊이 관여하고 있다.
정 회장으로서는 정부 신뢰를 저버린 대가로 본업인 건설업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려 한다면 채권단에게 추가 요구를 하는 방식을 선택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채권단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추가 요구를 함으로써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의 책임을 채권단에게 돌려 향후 벌어질 계약금 반환 소송 등에서 유리한 위치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가격이 크게 낮아졌다고 해도 항공업이 코로나19 사태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 놓인 만큼 정 회장이 HDC그룹을 모빌리티그룹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접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멀어지게 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아직 명확한 개념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HDC그룹이 항만사업을 하는 만큼 육상, 해상, 항공 등을 확장하며 모빌리티그룹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좀 더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채권단의 제안과 관련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 것인지 정해진 것이 없다”며 “현재로서는 답변 일정 등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