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8-27 14: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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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용진 코미팜 대표이사 회장이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에 어려움을 겪자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양 회장은 해외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많고 향후 판매기반도 마련할 수 있어 해외임상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양용진 코미팜 대표이사 회장.
27일 코미팜에 따르면 양 회장은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감염성 폐렴환자 794명을 대상으로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 후보물질인 ‘파나픽스(PAX-1)’의 임상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미팜은 이를 위해 7월 스페인 의약품위생제품청(AEMPS)에 중증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2상, 3상 계획서를 제출했다.
파나픽스는 코로나19 감염자들에게 발생하는 폐렴의 원인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면역작용이 과도하게 이뤄져 정상 세포까지 공격하는 현상이다.
양 회장은 직접 파나픽스를 먹고 감기와 편도염 증상이 완화된 경험이 있다. 이 경험에서 파니픽스가 바이러스 침투에 의한 염증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연구를 시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은 올해 초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파나픽스를 복용하면 체내 사이토카인 배출을 억제시켜 폐렴 증상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파나픽스 복용 뒤 2~3일이면 환자상태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파나픽스의 코로나19 임상은 양 회장의 계획대로 손조롭게 진행되지는 않고 있다.
코미팜은 올해 2월 파나픽스의 코로나19 긴급 임상시험계획을 식품약품안전전처에 신청했지만 6월에 반려처분을 받았다.
코미팜 관계자는 “식약처의 심사결과 파나픽스는 항바이러스제가 아닌 면역조절제로 질환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나타나는 효과가 다를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며 “바이러스 감염 동물모델에서 염증 저해효과와 임상적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보완해 재신청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코미팜은 국내에서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앞으로 해외임상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해외임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코미팜뿐만이 아니다. 셀트리온은 영국에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의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고 일양약품은 러시아에서 임상3상을, 대웅제약은 인도에서 임상1상을 하고 있다.
해외임상은 여러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우선 국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해외와 비교하면 많지 않아 임상을 진행하는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코미팜이 해외임상을 추진하는 스페인, 이탈리아, 러시아 등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많고 지금도 급증하고 있어 임상 대상자를 확보하는 것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기준으로 스페인의 인구 100만 명당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천 명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높다. 러시아는 유럽에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으며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가장 많은 국가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을 허가받았더라도 환자 모집이 쉽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려는 기업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치료제의 임상에 성공한 뒤 판매 등을 고려한다면 해외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미팜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코로나19 치료 가속프로그램(CTAP)을 신청한 것도 이 같은 점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미국은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국가이고 세계 최대의 의약품시장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치료 가속프로그램(CTAP)은 통상 10여 년이 걸리는 치료제 개발과 테스트 과정을 수개월 수준으로 단축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지원제도다.
코미팜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에 코로나19 치료 가속프로그램(CTAP) 신청을 한지 70여 일이 지났는데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내에서는 임상을 재추진하기 위해 식약처의 요구에 따라 자료를 보완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