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신한금융그룹 주요 사업라인 효율화를 추진하면서 자산운용계열사를 대상으로 대대적 재편작업을 실행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조 회장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맡은 적도 있는 만큼 전문성을 살려 신한금융 비은행계열사 강화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신한대체투자운용과 신한리츠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자산운용계열사 사업라인을 조정해 업무를 효율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자산운용회사를 인수해 기존 자산운용계열사와 합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자산운용계열사 사업라인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업권별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인수합병 등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상반기 순이익 114억 원을 올렸다. 신한대체투자운용은 상반기 순이익 23억 원, 신한리츠운용은 순손실 13억 원을 냈다.
신한금융지주가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 1조8055억 원을 낸 데 비춰보면 자산운용계열사들이 전체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하지만 자산운용업은 코로나19 이후 시대 금리 하락과 대체투자 수요 증가에 맞물려 성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중요한 사업라인으로 꼽힌다.
조용병 회장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맡다 신한은행장을 거쳐 지주회사 회장에 오른 만큼 자산운용업에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자연히 조 회장이 신한금융 비은행계열사 강화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자산운용계열사에도 성장을 앞당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지주가 외부 자산운용사를 인수합병해 기존 자산운용계열사와 합친다면 단기간에 신한금융 전체 실적에 기여하는 폭을 키울 수 있고 자산운용업계에서 입지도 강화할 수 있다.
인수합병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조 회장이 신한금융그룹 차원에서 자산운용계열사에 지원을 강화하거나 다른 계열사와 협업체제를 활성화하는 등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 회장은 최근 여신금융계열사인 신한카드와 신한캐피탈을 대상으로 대규모 사업 재편작업을 실시했다.
신한카드가 신한캐피탈에서 1조 원 규모 자산과 부채를 인수해 소매금융분야에 집중하도록 하는 한편 신한캐피탈은 이를 통한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금융분야 사업을 확장하도록 한 것이다.
자산운용사에도 비슷한 사업재편이 이뤄진다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의 대체투자 및 부동산투자 관련된 조직이나 인력을 신한대체투자와 신한리츠운용으로 옮겨 계열사들 사이 역할을 더 뚜렷하게 구분하는 등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
사업분야가 밀접한 자산운용계열사가 서로 시너지를 내 성장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협업체계를 더 공고히 하는 작업이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조 회장이 주도하는 신한금융 부동산사업라인 협의체에는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운용, 신한리츠운용 등 자산운용계열사가 모두 참여해 사업전략과 협업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신한대체투자운용, 신한리츠운용 로고. |
부동산사업라인 협의체가 그룹 차원 정식 협업조직인 매트릭스와 비슷한 형태로 발전해 그룹 안에서 더 큰 역할을 담당한다면 자연히 자산운용계열사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다.
조 회장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를 맡을 때 주식과 채권 등에 집중하던 기존 사업체질을 펀드상품과 투자자문 중심으로 바꿔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성과를 냈다.
신한금융 핵심 비은행계열사인 신한금융투자가 최근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사태 등으로 성장 전략을 추진하기 어려워진 만큼 자산운용계열사가 이런 역할을 일부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조 회장이 코로나19 이후 시대를 대비해 신한금융 비은행계열사 사업라인을 모두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다른 업종 계열사도 순차적으로 대규모 재편작업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합병한 뒤 손해보험사를 인수하거나 새로 설립하는 등 보험업에도 그룹 차원에서 변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