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야권의 다음 대선주자와 관련해 “당 밖에서도 꿈틀꿈틀 거리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빨리 좀 튀어 나오라, 튀어 나와서 선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윤 총장을 놓고는 “검찰총장이 무슨 대통령 후보냐, 할 수가 없지 않나”라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반면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같은 날 김 위원장과 정반대의 태도를 보였다.
김 전 의원은 서울 마포구 마포현대빌딩에서 열린 ‘더 좋은 세상으로’ 세미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윤 총장이 여론조사에서 대선후보 지지도 3위를 차지한 일을 놓고 “상당히 의미있는 결과”라며 “소신과 의리를 굽히지 않고 나아가는 지도자를 국민이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김 전 의원이 각각 통합당 안과 밖에서 야권의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윤 총장의 정치입문 가능성을 바라보는 야권의 시선이 그만큼 크게 갈린다는 의미로 읽힌다.
윤 총장이 놓인 상황과 통합당의 사정을 살펴보면 윤 총장이 정치입문을 고려할 만한 요인이 적지 않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은 최근 들어 윤 총장을 향해 거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범하면 윤 총장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말도 여전히 정치권에 떠돈다.
검찰에서 윤 총장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대검찰청이 윤 총장의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연루된 ‘검언 유착’ 의혹 수사를 위해 전문수사자문단을 구성하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6월30일 이를 중단할 것을 대검에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윤 총장이 자리를 유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보수 유권자들은 윤 총장을 대선후보로 보기 시작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6월30일 내놓은 다음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윤 총장은 10.1%의 지지를 받아 이낙연 전 총리,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야권에서는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윤 총장이 정치에 뜻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30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윤 총장이 정치를 염두에 둔 행보라고 볼 수 있는 상대방들을 많이 만나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며 “정치에 아주 뜻이 없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이 공수처 출범을 계기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정계에 입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돈다. 통합당이 공수처의 출범 자체를 반대하고 있는 만큼 윤 총장이 그런 행보를 보인다면 보수 유권자들의 지지세는 더욱 커질 수 있다.
다만 윤 총장이 실제로 정치에 입문한다 해도 대선주자로서 경쟁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윤 총장이 다음 대선주자 3위에 오른 것이 통합당의 대선후보 인물난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의원이었던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윤 총장이 보수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이는 것은 야권에 유력한 대선주자가 드러나지 않은데서 비롯된 보수층의 갈증과 착시”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대선주자로 정치에 뛰어들었을 때 언론과 여론의 검증을 넘어설 수 있을 지를 놓고도 의문을 보이는 사람이 많다. '장모사건'이 제대로 알려지면 윤 총장을 향한 지지가 모래알처럼 흩어질 수 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물론 윤 총장의 지지율이 지금보다 크게 올라간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통합당에 유력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이라 김무성 전 의원과 같은 킹메이커가 결합하면 보수진영의 유력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