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래 회장은 그동안 두 형제의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주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주력 사업회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경영을 번갈아 맡기면서 두 형제를 지켜봐 왔다는 것이다.
숫자로 나온 실적만 놓고 보면 누가 더 낫다라고 판단하기 쉽지 않지만 조현식 부회장이 2015~2017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경영을 주도하던 때 타이어 품질 논란이 벌어지고 수 년째 추진하던 계열사 아트라스BX 자진 상장폐지 등 굵직한 과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서 점수가 깎였다는 시선도 있다.
조현범 사장도 2015~2016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경영일선에 있었지만 주로 테크노돔 설립을 주도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타이어 품질 논란 등은 조 부회장의 책임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조현식 부회장이 2010년 직접 세운 타이어 재활용기업 아노텐이 지금까지 적자를 내고 있는 점도 경영능력에서 점수를 깎아먹은 요인으로 꼽힌다.
그룹 안팎에서 종종 들려오는 ‘둘째가 일을 더 잘한다’는 말들도 조양래 회장의 의중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조양래 회장은 이런 이유로 최근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전량을 조현범 사장에게 넘기면서 사실상 그룹의 후계자로 조 사장을 낙점한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조현범 사장은 26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조양래 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인수해 그룹 지분 42.90%를 쥔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형인 조현식 부회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은 19.32%로 조 사장 지분율에 훨씬 못 미친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