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새 싼타페 가격을 쏘렌토보다 낮은 수준에서 책정하는 이례적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 현대차의 새 싼타페.
4일 현대차에 따르면 6월 안으로 새 싼타페를 출시한다. 새 싼타페는 2018년 2월 출시된 4세대 싼타페를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한 모델이다.
새 싼타페 역시 기아차 쏘렌토처럼 현대차그룹의 신형 3세대 플랫폼을 적용했지만 쏘렌토와 달리 몸집이 크게 불진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아직 새 싼타페의 구체적 제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자동차업계에서는 싼타페 휠베이스를 10mm가량 늘리는 데 그쳤다는 말이 나온다.
기아차는 올해 2월 6년 만에 3세대 쏘렌토를 완전변경(풀체인지)한 4세대 쏘렌토를 출시했는데 새 쏘렌토의 휠베이스를 기존 모델보다 35mm나 늘려 내놓았다.
이렇게 되면 쏘렌토와 싼타페의 휠베이스 격차는 기존 15mm에서 40~50mm로 더욱 벌어질 공산이 크다. 차제 크기와 별도로 실내공간을 가늠할 때는 휠베이스를 기준으로 삼는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분변경모델인 만큼 차체 크기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런 시선에 힘을 실었다.
때문에 현대차는 새 싼타페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형SUV나 대형SUV처럼 ‘큰 차’를 고르는 소비자 대부분은 넉넉한 실내공간을 우선순위로 꼽는 만큼 쏘렌토보다 작은 몸집은 싼타페와 쏘렌토의 판매 경쟁에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특히 쏘렌토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약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동안 싼타페는 쏘렌토와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되거나 조금 비쌌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싼타페가 쏘렌토보다 더 싸게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기아차는 새 쏘렌토의 차급을 ‘중대형SUV’로 새로 정의하고 2열에 독립시트를 적용하는 등 대형SUV의 장점까지 대거 흡수하면서 중형과 대형SUV 수요층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소비자들로서는 새 싼타페와 새 쏘렌토의 차급을 다르다고 여길 여지가 다분한 셈이다.
상품성 개선모델 출시주기 등이 다르다는 점에서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듀 차량의 2019년형 2.2리터 디젤모델의 가격을 비교해보면 싼타페는 2913만~3822만 원에서, 쏘렌토 2842만~3774만 원에서 판매됐다. 싼타페가 쏘렌토보다 최대 71만 원가량 비싸다.
자동차회사들은 신차의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온 순간까지도 가격 책정을 두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 기아자동차의 새 쏘렌토.
새 쏘렌토를 향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여전히 뜨겁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에 힘을 보탠다.
새 쏘렌토는 2월 출시되고 3월부터 판매량이 집계됐는데 3~5월 모두 2만878대 팔렸다. 같은 기간 싼타페는 1만5021대 판매됐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사실상 현대차그룹이라는 한 지붕을 이고 있는 만큼 한 해씩 번갈아 가며 각각 싼타페와 쏘렌토의 상품성 개선모델을 내놓는 방식으로 판매간섭을 최소화했는데 상품성 개선모델의 출시주기가 점점 짧아지면서 올해 뜻하지 않게 신차로 겨루게 됐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2002년부터 중형SUV시장에서 엎치락뒤치락 판매경쟁을 벌여왔다. 현대차는 2000년 1세대 싼타페를 출시했고 기아차는 2년 뒤 1세대 쏘렌토를 출시했다.
최근 5년의 판매대결 결과는 3대 2로 싼타페가 앞선다. 싼타페는 2015년과 2018년, 2019년에 쏘렌토보다 더 많은 판매량을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