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05-04 14:3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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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분기 달성한 ‘시스템반도체 실적 신기록’을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삼성전자 반도체부문은 그동안 메모리반도체에 크게 의존해 왔는데 최근 코로나19로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영향을 줄 변수가 발생하고 있어 실적 증가를 장담하기 어렵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와 비교해 시장의 영향을 덜 받는 만큼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 실적을 늘리기 위해서는 1분기처럼 시스템반도체 비중을 지속해서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4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2분기에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면서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사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스마트폰용 메모리반도체가 부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등 스마트폰 생산거점이 타격을 받은 데다 소비자 구매력도 위축되고 있어 스마트폰 출하량이 앞으로 더 줄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는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4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3억 대 밑으로 떨어졌다”며 “2분기에는 스마트폰시장에 관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영향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코로나19로 서버용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도 스마트폰용 메모리반도체 부진을 상쇄하기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시장 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시장 규모는 1104억 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2019년과 비교해 거의 성장하지 않는 것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등 부품사업의 스마트폰 의존도가 크다”며 “물론 서버용, PC용 수요가 양호한 점은 삼성전자의 실적 하단을 지켜주는 버팀목이지만 실적의 견인은 스마트폰 수요가 좌우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불투명한 메모리반도체 수요에 의존하지 않고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반도체는 주문에 따라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량 생산한 뒤 판매되는 메모리반도체와 비교해 시장의 영향을 덜 받는 분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하며 시스템반도체 육성에 관한 의지를 보여 왔다. 반도체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에 오르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런 전략은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 반도체사업에서 매출 17조6400억 원을 거뒀다. 이 가운데 25%에 이르는 4조5천억 원을 시스템반도체분야가 차지해 시스템반도체 매출과 비중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파악됐다.
영업이익을 봐도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는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1분기 시스템반도체 분야 영업이익은 447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8%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메모리반도체 분야 영업이익이 2019년 1분기와 비교해 6.9%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삼성전자가 이런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시스템반도체 강자’들을 상대로 더 많은 수요를 차지해야 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1분기 시스템반도체분야 성장에는 이미지센서가 크게 기여했다. 이미지센서는 빛을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시스템반도체로 스마트폰 등에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업계 최초로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선보여 주요 이미지센서업체 소니를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소니는 아직 이미지센서시장에서 굳건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TSR이 집계한 2019년 매출기준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을 보면 소니는 49.1%를 차지해 17.9% 수준인 삼성전자를 크게 앞질렀다.
시스템반도체사업의 다른 부분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쪽에서도 경쟁사를 넘어서기 만만치 않다.
현재 파운드리 1인자인 대만 TSMC는 1분기 매출 3105억9700만 대만달러(12조7400억원), 영업이익 1285억2200만 대만달러(5조3천억 원)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파운드리만으로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전체 영업이익 4조 원을 넘어선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