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LS그룹의 지주회사인 LS 지분을 계속 늘리고 있다.

이를 두고 구 회장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경영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LS그룹의 '다음 총수'로서 책임경영을 실천하는 한편 그룹 내에서 입지를 강화해나가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자은 코로나19 위기에 LS 주식 더 매수, '다음 총수' 입지 다지기인가

▲ 구자은 LS엠트론 대표이사 회장.


14일 LS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구 회장이 보유한 LS 지분은 4.25%(136만8600주)로 LS그룹 오너일가 가운데 가장 많다.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2.62%보다 구 회장은 1.63%를 더 보유하고 있다.

구자은 회장이 보유한 LS 지분은 2018년 11월부터 2019년까지 줄곧 3.98%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구 회장은 올해 초부터 LS 주식을 조금씩 매입하다가 3월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주가가 하락하자 적극적 매수에 나서기 시작했다. 

구 회장이 3월 초부터 4월13일까지 사들인 LS 주식 수는 6만4580주다. 13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한 달 반 사이에 약 21억5천만 원어치의 LS 주식을 사들인 셈이다.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주가 하락을 기회로 많은 수의 그룹 오너들이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는데 LS그룹은 총수인 구자열 LS그룹 회장이 아닌 구자은 회장이 지분을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기업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책임경영과 주가부양 의지를 보여주는 오너일가의 ‘대표’로 현재 총수가 아닌 다음 총수로 여겨지는 구자은 회장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한 3월9일 이후 구 회장이 LS주식을 매수하는 데 사용한 자금이 전부 차입금이라는 점에서 이번 주가 하락을 구 회장이 LS그룹의 ‘다음 총수’로서 입지를 다지는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구자은 회장 뿐 아니라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부사장, 구동휘 LS 전무 역시 계속해서 LS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것을 두고 LS그룹 오너일가가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구자은 회장의 지분을 확대하면서 다음 승계구도를 확실히 하는 한편 ‘각 집안이 보유한 지분율을 비슷하게 유지한다’는 LS그룹 오너일가의 불문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 회장과 구 부사장, 구 전무는 각각 구두회 명예회장의 아들, 구평회 명예회장의 손자,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자다. 세 사람이 각 집안을 대표해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형국이다. 

구 회장은 최근 LS그룹 다음 총수로서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구 회장은 2019년 12월5일 열린 ‘제2회 한국 중국 고위급 기업인 대화’에 LS그룹 대표로 참석해 “최근에는 LS엠트론에 신경쓰는 것보다 LS그룹 전반을 보고 있다”며 “이미 적은 지주회사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2020에는 LS그룹을 대표해 임원 7명과 함께 참석해 LS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구상하기도 했다.

LS그룹 관계자는 “구자은 회장이 현재 LS그룹 전체 경영과 관련된 업무에 치중하고 있는 것은 맞다”며 “특히 구자열 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디지털 혁신’을 구자은 회장이 맡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