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주거구역 단위) 재건축사업 수주전에 고유 프리미엄 브랜드 ‘푸르지오써밋’ 대신 지역이름 브랜드인 ‘트릴리언트 반포’를 들고 나왔다. 

‘래미안의 고향’으로 불리는 반포에서 삼성물산에 승리하기 위해 아파트 브랜드보다 시공능력 등 다른 차별화 요소를 앞세우고 있는 것이다. 전국 최고가 아파트 ‘한남더힐’의 명성을 재현하려는 의도도 함께 깔려 있다.
 
대우건설, 반포3주구 수주전에서 '트릴리언트 반포'로 래미안에 대적

▲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다만 강남권 한복판에 푸르지오써밋의 랜드마크 단지를 조성할 기회를 잃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반포는 한강과 가까운 입지에 교통, 학군, 생활 편의시설 등 요건을 두루 갖춘 강남권 신흥부촌으로 평가받는 지역이다.

삼성물산의 래미안퍼스티지, 대림산업의 아크로리버파크, GS건설의 반포자이 등 각 건설사의 대표 브랜드 단지가 반포 대장주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반포역 근처에 위치한 반포3주구는 삼성물산이 신반포15차와 함께 도시정비 시장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사업장이다. 삼성물산은 5년 만의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만약 대우건설이 반포3주구의 2천 세대 이상 신축 단지에 푸르지오써밋의 깃발을 꽂는다면 래미안을 꺾고 강남권 대표 입지에 사업지를 확보했다는 상징성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푸르지오 브랜드 가치 강화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대우건설은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에 고유 브랜드 푸르지오써밋 대신 트릴리언트 반포라는 지명 브랜드를 선택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을 이기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반포3주구만을 위한 독자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본 셈이다. 

대우건설은 반포3주구 홍보 영상 등에서도 지명 브랜드를 사용한 한남더힐을 적극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반포3주구에 한남더힐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조합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한남더힐은 대우건설과 금호산업이 서울 용산구 옛 단국대 터에 지은 아파트로 지역이름 브랜드를 사용한 대표적 단지로 꼽힌다. 8년 연속 전국 최고가 아파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대우건설은 매각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만큼 해외사업은 물론 국내 주택사업 확대에도 열의를 다지고 있다. 

올 한해만 3만4천 세대 이상의 주택공급 계획을 세웠을 뿐 아니라 연초에는 건설업계에서 보기 드물게 3개년 매출과 수주계획을 한 번에 내놓기도 했다.

이번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은 대우건설이 도시정비시장의 핵심 지역인 강남권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대우건설은 반포3주구 맞은 편에 기존에 운영하는 강남지사 외에 반포지사를 새로 마련해 운영할 만큼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반포3주구 재건축사업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1109번지 일대 반포아파트 1490세대를 지하 3층~지상 35층, 2091세대 규모의 단지로 탈바꿈하는 사업으로 공사비만 8087억 원에 이른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롯데건설 등 많은 대형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10일 입찰 마감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만 입찰 제안서를 냈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5~6월쯤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반포3주구에 독자적 지명 브랜드를 도입한 것은 국내에서 하나뿐인 명품 단지를 원하는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트릴리언트 반포를 한남더힐에 이은 새로운 주거문화의 기준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