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석 하나은행 대표이사가 3월19일 온라인 영상으로 취임사를 발표하고 있다. |
김인석 대표가 하나생명을 새로 맡아 ‘보험 전문가’가 아니라는 의구심을 물리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은행에서 근무한 경험을 바탕삼아 방카슈랑스 영업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하지만 보험업황도 나쁜데다 코로나19로 대면영업에 차질이 불가피해 부담 역시 크게 안고 있다.
31일 하나생명에 따르면 김인석 대표가 보장성보험을 확대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생명은 방카슈랑스 채널로 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은행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연금 등 저축성보험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하나생명에서도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아래서는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잡혀 재무건전성을 악화하기 때문에 하나생명을 비롯한 대부분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비중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나생명도 꾸준히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린 결과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다른 보험사와 비교하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난해 1~3분기 하나생명 보험 신계약에서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50.5%다. 같은 기간 국내 생명보험사의 보험 신계약 가운데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88.5%에 이른다.
특히 하나생명은 방카슈랑스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지난해 모집형태별 보험료 수입을 살펴보면 1~3분기 1868억2천만 원을 방카슈랑스를 통해 거둬들였다. 전체 보험료 수입 가운데 97.7%에 해당하는 수치다.
김 대표가 은행 출신인 만큼 하나생명이 방카슈랑스 채널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지만 당분간 코로나19로 은행 창구 등 대면채널을 통한 보험 판매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초저금리시대에 접어들면서 보험 전문가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새 수장이 된 전영묵 사장은 전임 사장들과 달리 삼성생명 출신이다. 그는 입사한 뒤 2년 동안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낸 기간을 빼면 30년 가까이 삼성생명에 몸 담았다.
삼성생명에서 PF운용팀장,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지내는 등 자산운용 전문가이기도 하다. 전 사장이 선임되자 삼성그룹이 자산운용 전문가를 대표로 내정해 저금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비해 김 대표는 1982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40년 가까이 은행에 몸담았다. 보험업에 몸담은 경험이 전혀 없다.
특히 하나생명 대표에 잇달아 하나은행이나 하나금융지주 출신이 오면서 하나생명의 장기 경쟁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이 주력인 만큼 하나은행 부행장 출신이 계열사로 옮기는 일이 많은데 하나생명도 예외는 아니다.
김인석 대표의 전임인 주재중 전 대표 역시 2016년 하나생명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기 전까지는 줄곧 은행에서 일했다. 권오훈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권 전 대표는 외환은행을 시작으로 35년 동안 은행에서 일했다.
보험사들을 둘러싼 영업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2023년부터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가 도입되는 등 큰 변화도 앞두고 있다.
다만 다른 금융지주 아래 보험사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는 은행이나 금융지주 부행장이나 부사장 몫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