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연기금 여러 곳이 27일 열리는 대림산업 주주총회에서 배당 관련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다.
대림산업은 외국투자자 지분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해외연기금이 배당 관련 안건에 반대하고 행동주의 특수목적법인(SPV)까지 등장한 만큼 이번 주총에서 끝까지 긴장을 놓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에 따르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 플로리다연금(SBAFlorida), 브리티시컬럼비아주투자공사(BCI) 등은 대림산업 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행사내용을 사전 공개했다.
이 가운데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를 제외한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 플로리다연금, 브리티시컬럼비아주투자공사가 대림산업 주총에서 제1호 안건이자 배당 관련 안건인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및 연결 재무제표 승인의 건’에 반대하기로 했다.
플로리다연금과 브리티지컬럼비아주투자공사는 ‘감사를 받지 않은 재무제표’라는 이유를 들었고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은 반대 사유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이 해외연기금이 이번 주총을 위한 주주명부가 폐쇄된 지난해 말 기준 대림산업 지분을 얼마나 들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수의 해외연기금이 대림산업의 재무제표 승인 안건에 반대하기로 것은 대림산업의 배당정책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자산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최근 대림산업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했는데 낮은 배당률을 문제 삼았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대림산업의 이번 배당률과 배당성향은 각각 0.85%, 7.57%로 전년도보다 각각 0.37%포인트, 2.61%포인트 하락했다”며 “전년도에도 대림산업의 배당성향은 업종 평균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는데 이번에 배당성향을 더 낮췄다”고 말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대림산업의 이번 배당은 과소배당으로 판단된다”며 “배당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 말 기준 대림산업 지분 17만2629주(0.5%)를 들고 있다.
해외연기금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반대가 배당을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재무제표 승인안건 통과를 저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투자공사과 플로리다연금,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해에도 대림산업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무리 없이 통과됐다.
다만 올해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위해 세워진 특수목적법인(SPC)인 '동양SPV'가 등장하는 등 상황이 달라진 만큼 결과를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이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동양SPV는 최근 공시를 통해 대림산업 주총에서 모든 안건에 반대하겠다고 밝히며 대림산업 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했다.
동양SPV는 “오너 리스크에 따라 대림산업이 ‘사익편취 및 막대한 기업가치 훼손’으로 또 다시 국감에 출석하는 일이 없도록 국민연금 및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위임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필름사업부문을 별도회사로 분할하는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을 놓고는 “
이해욱 회장 전용의 비상장사를 만들어 대림산업의 막대한 자산을 이동하려 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의견을 분명히 했다.
동양SPV는 지난해 말 기준 대림산업 지분 1주를 들고 있지만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얼마나 위임받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달라질 수 있다.
지난해 주총 때보다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더 높아진 점도 대림산업에 부담일 수 있다.
대림산업 외국인 투자자 지분율은 2018년 말 43.0%에서 2019년 말 48.6%로 5.6%포인트 상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해외 주요 연기금의 반대 의견에 동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해욱 회장은 대림코퍼레이션을 통해 대림산업을 지배하고 있는데 대림산업을 향한 지배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림코퍼레이션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대림산업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23.1%에 그친다.
결국 국민연금공단의 선택이 중요해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기준 대림산업의 지분 12.2%를 보유한 2대 주주로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주총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