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보툴리눔톡신을 미국에 출시한 데 이어 올해는 유럽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 사장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경쟁제품과 동일한 효능과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유럽시장에 침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 보툴리눔톡신 품질 자신, 전승호 싼 가격으로 유럽 들어간다

▲ 전승호 대웅제약 대표이사 사장.


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상반기 안에 보툴리눔톡신 나보타(유럽 이름: 누시바)를 유럽에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9월 유럽에서 누시바의 판매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출시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나보타의 유럽 판매는 미국 유통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맡는다.

나보타의 최대 경쟁제품은 앨러간의 ‘보톡스’다. 보톡스는 유럽에서 약 7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전 사장은 나보타의 가격 경쟁력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나보타는 현재 미국에서 보톡스보다 30%가량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와 같은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나보타는 미국에서 출시 3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 3위로 올라서며 안착했다.

나보타는 유럽에서도 보톡스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보다 더 빠르게 시장에 침투할 가능성도 있다.

유럽은 미국보다 훨씬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의 선호도가 높을 만큼 의약품에서 가격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누시바는 보톡스의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로 보톡스와 제품 분자량이 동일해 완전한 경쟁제품으로 꼽힌다.

그동안 엘러간의 보톡스에 도전했던 보툴리툼톡신들은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보톡스와 분자량이 달라 시술 용량이나 사용법이 달랐고 그 결과 보톡스의 시장 점유율을 뺏는데 실패했다.

따라서 전 사장은 다른 제품과 달리 나보타는 보톡스와 분자량, 효과 등에서는 완전히 동일하다는 점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은 유럽과 캐나다에서 진행한 나보타 임상3상을 보톡스와 직접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했고 보톡스와 비교해 미간주름 개선효과와 안전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비열등성을 입증했다. 이와 같은 임상결과는 지난해 국제학술지인 ‘에스테틱 서저리 저널’에 게재됐다.

나보타는 이처럼 효과는 동일하지만 가격은 저렴하다는 점 덕분에 미국에서 점차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김슬 삼성증권 연구원은 “나보타가 지난해 2분기 미국에 발매된 뒤 앨러간의 미용용 보톡스 매출 성장률은 계속 둔화되고 있다”며 “나보타의 가치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전 사장은 올해 2월 프랑스에서 ‘나보타 에스테틱 포럼’을 여는 등 제품 출시 전부터 유럽에서 마케팅활동을 펼치고 있다.

다만 유통 파트너사인 에볼루스가 유럽에서 경쟁사보다 입지가 약하다는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볼루스는 유럽에서 비교적 입지가 약해 별도의 마케팅 파트너와 계약을 통해 점유율을 확대해가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메디톡스와 보툴리눔톡신 균주를 둘러싼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의 결과에 따라 유럽에 안착하는 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제약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웅제약은 메디톡스보다 8년이나 뒤처진 2014년에 나보타를 개발했지만 미국과 유럽 진출에 한 발 앞서있다”며 “하지만 재판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탈취한 것으로 판결이 난다면 해외진출에도 발목을 잡힐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