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민주당의 비례대표연합정당 참여 어떤 결정나도 '가시밭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이 비례대표연합정당 합류의 찬반을 당원 투표로 결정한다.

민주당이 비례대표연합정당에 참여하든 그렇지 않든 후유증이 가볍지 않을 것으로 보여 이해찬 대표의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11일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12일부터 13일까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연합정당 합류 찬반을 묻는 전체 권리당원 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연합정당 참여 문제가 당이 그동안 지켜온 원칙의 변경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당 지도부나 의원들만으로 결정하기가 부담스럽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창당 때 강도 높게 비판하는 등 비례대표를 위한 정당을 놓고 일관되게 부정적 태도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이를 염두에 둔 듯 이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 회의에서 “민주당이 비례대표연합정당에 참여하면 민주당의 이름으로 후보를 내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된다”며 “이런 큰 희생을 치러야 하기에 당원의 총의를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도 쉽지 않은 여정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전체 당원 투표에서 비례대표연합정당 참여가 부결된다면 이 대표는 물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정치력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실리를 좇아 명분 없는 선거전략을 추진했다는 당 안팎의 강도 높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전체 당원 투표에서 비례대표연합정당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이 대표가 비례대표 후보자 선정을 놓고 당 안팎의 의견을 모으는 일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이 창당의 형태를 피하고 정치세력의 연합에 참여하는 형식을 취하려고 하는 만큼 구체적 참여 방식과 형태 등을 놓고 당내는 물론 외부 정치세력과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무엇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함께 움직였던 정의당, 민생당 등의 참여가 중요하다. 

이 정당들이 비례대표연합정당에 함께 참여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색이 짙은 비례정당이 돼 명분이 옅어지게 된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큰 차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는 정의당과 민생당의 참여를 위해 민주당이 손해를 보더라도 배려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거대 정당이 선거에서 얻는 불공정한 이익을 최소화하고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촉구하기 위해 민주당이 손해를 무릎쓰고 도입한 것”이라며 “앞순위는 소수 정당에 배정하고 민주당은 뒷순위에서 가치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과 민생당이 비례대표연합정당에 참여를 결정하더라도 넘어야 할 고비는 또 있다. 비례대표 순번을 결정하는 문제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10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비례대표 순번 배분과 관련해 “디테일에서 악마가 올 것”이라며 “처음에 국민들을 향해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지만 실제 테이블에 앉으면 지분이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번 총선의 후보자 등록 마감은 27일까지다. 비례대표연합정당 참여가 결정되면 민주당은 2주 안에 다른 정당과 협의해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 작성을 마쳐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