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미래통합당 의원이 지역구 대구 달서구병을 벗어나 서울 중구·성동구갑에서 경선을 거쳐 공천받을 수 있을까?
강 의원이 정부와 여권을 향해 날선 공격을 했던 과거 행적은 지지기반인 대구에선 경쟁력이 될 수도 있지만 험지로 꼽히는 서울에선 위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9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100% 국민참여로 진행되는 통합당의 경선방식이 강 의원의 중구·성동구갑 공천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통합당은 기존에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함께 반영하는 방식으로 경선을 치러왔는데 이번 총선 지역구 경선에는 당원 투표를 배제하고 일반 국민의 뜻을 더 반영한다는 취지로 일반 여론조사 비중을 100%로 늘렸다.
강 의원은 달서병에서 중구·성동구갑로 선거구를 옮겨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과 경쟁한다.
강 의원은 미래통합당으로 합치기 전 자유한국당에서 대변인과 원내부대표 등을 지내며 문재인 정부를 공격해 인지도를 높여 경선에서 다른 원외 경쟁자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여론조사만으로 치르는 경선은 지역구에 당원 기반이 없어도 인지도가 높은 예비후보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공격수'로 활동했던 강 의원의 이력이 중구·성동구갑 공천 경쟁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구·성동구갑은 민주당 지지세가 만만치 않은데 이들이 문 대통령을 공격했던 강 의원에게 지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100% 일반 여론조사로 진행되는 경선은 통합당 권리당원 투표가 반영되는 경선과 비교해 지역 고유의 정치성향이 승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중구·성동구갑은 최근 공직선거에서 대체로 민주당에 우호적 선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게다가 강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외교기밀 누출’ 논란을 빚은 일도 있어 경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강 의원은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요청했다는 한미정상의 통화 내용을 고등학교 후배인 한 외교관으로부터 넘겨받은 뒤 공개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민주당은 물론이고 보수인사들 사이에서도 강 의원을 향한 비판이 거셌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한국당이 강 의원을 출당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이 일로 검찰에 고발돼 불구속기소됐다.
정치권 일부에서는 강 의원이 애초 이런 논란에 따른 컷오프(공천 배제) 우려 때문에 안방인 대구 달서병을 떠나 서울 험지 출마를 자처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강 의원과 경선에서 겨루는 진 전 장관과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원외인사지만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 전 장관은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18대 총선 때 성동구갑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진 전 장관은 재선 의원 출신인 데다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내 정치 경력도 탄탄하고 지역 주민에게 낯이 익다는 강점도 있다.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강 의원과 같은 언론계 출신 정치인이다.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한 적도 있다.
민주당은 중구·성동구갑 후보로 현역 홍익표 의원을 단수공천해 통합당 경선에서 승리하는 사람은 홍 의원과 맞붙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