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승리를 자신한다는 말이었지만 간담회가 끝난 뒤 재계와 항공업계에서는 주주연합이 열세를 뒤집을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는 시선도 나왔다.
20일 열린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 기자간담회에 등장한 강 대표의 모습에서는 싸움에 나서는 장수와 같은 결연함이 묻어났다.
강 대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실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공격의 날을 세웠다.
한진그룹의 대표적 경영 실패사례로 한진해운 인수를 꼽으며 오너일가가 실패와 관련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강 대표는 “한진그룹의 주력계열사인 대한항공이 환율과 유가에 민감한 사업인데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사업인 S-oil 지분을 팔아서 한진해운을 산 것은 패착”이라며 “의사결정구조가 투명했다면 있을 수 없었을 실패”라고 말했다.
조원태 회장이 KCGI의 혁신안을 그대로 베껴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공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강 대표는 목소리를 높였다.
강 대표는 “한진그룹이 송현동 부지 매각과 부채비율 감소 등을 수용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실질적 성과가 없었다”며 “오히려 델타항공이 한진칼 주식을 매수하면서 더 기고만장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을 전문경영과 소유경영의 싸움으로 봐달라고 했다.
그는 “한진그룹 경영권 문제를 남매 사이 갈등으로 보지 말고 ‘오너 중심의 소유경영’과 ‘이사회 중심의 전문경영’의 패러다임의 싸움, 상명하복과 이사회 전원 참여의 차이로 봐야 한다”며 경영권 분쟁에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부각되는데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3월 한진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한진그룹에 독립적 이사회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한진그룹은 지분 구성이 춘추전국시대처럼 분열돼 있기 때문에 전문경영인체제로 넘어가야 한다”며 “좋은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주주와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잘 조율할 수 있는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강 대표의 말을 뒷받침해줄 지원군은 부족했고 새로운 혁신안은 나오지 않았다.
당초 주주연합에서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와 사외이사 후보가 참석해 향후 비전을 두고 설명을 할 것이라는 말이 있었지만 이날 참석한 사람은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한 사람 뿐이었다.
강 대표는 앞으로 한진그룹의 높은 부채비율을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내놓을 개혁안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딱 부러진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부채비율을 개선할 구체적 계획은 앞으로 이사회에서 결정할 내용이기 때문에 일부러 주주제안에 포함하지 않았다”며 “더 이상 구체적 내용을 말하는 것은 주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피해갔다.
강 대표는 이날 불리해진 형세를 의식한 듯 주주연합이 한진그룹 임직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점을 해명하려는 것에 집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한진그룹 노동조합 관계자를 만날 기회가 없어 오해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경영진을 향해 의리를 지키고 싶다는 마음도 이해하지만 직접 만나서 설득하고 진심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진그룹 직원들의 주주연합을 향한 경계심을 의식한 발언도 이어나갔다.
강 대표는 “현대시멘트나 이노와이어리스를 인수한 이후 인위적 구조조정을 한 적이 전혀 없다”며 “한진그룹 경영권을 확보하더라도 인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기자간담회 역시 단상에 마련한 사내외 이사 후보들 자리를 서둘러 치우는 등 준비가 부족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강 대표가 그동안 한진그룹 혁신을 두고 구체적 방안을 많이 내놓았는데 이번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며 "일반 주주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좀더 혁신적 방안을 내놓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