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과 CJ제일제당, 농심 등 중국 현지에 생산공장을 두고 사업을 펼치고 있는 국내 식품기업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속수무책의 상황에 놓였다.
중국 정부의 통제로 당장 생산, 물류, 영업 등에 제동이 걸려있는데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마땅한 대응책도 없어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6일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오리온은 중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단기적으로 중국 공장에서 제품 생산과 유통은 물론 신제품 출시 계획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오리온은 중국 상하이 공장만 휴무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지 상황이 악화되면서 베이징, 광저우, 선양, 랑팡 2곳 등 현지 생산공장 6곳 모두 2주 넘게 가동이 중단됐다.
중국 정부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 등 17개 성과 직할시 기업들의 춘절(중국 설)연휴를 9일까지로 연장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 사태는 미래 예측이 힘든 상황으로 9일이 지나서도 공장 가동을 재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생산중단보다는 유통부분이다. 중국은 현재 고속도로 700개 이상이 통제되면서 물류 이동이 제한돼 있다.
여기에 춘절연휴 뒤 문을 열고 영업을 하고 있는 경소상인은 전체의 30%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대형마트 역시 영업시간을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
또 물류 쪽 통제로 배송이 제한되면서 온라인쇼핑몰 등 이커머스를 통한 매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온은 한국 매출보다 중국 매출이 더 많다.
오리온은 2019년 한국에서 매출 7328억 원을 낼 때 중국에서는 9744억 원을 거둬들였다. 오리온 연결매출에서 중국 매출의 비중은 48%가량에 이른다. 중국시장은 매출 성장률이나 영업이익률도 한국시장보다 좋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리온은 중국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지만 약 한 달분의 재고 물량이 있어 실적 악화에 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장기화 여부가 올해 오리온 실적의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바라봤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영향으로 주요 지역 물류에 차질이 빚어지는 만큼 오리온의 2월 실적에 관해서는 보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중국 저장성의 중심 도시 항저우(杭州)시의 거리가 5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외출 금지령으로 텅 비어있다. <연합뉴스> |
CJ제일제당도 중국 식품 생산공장 7곳이 9일까지 휴업에 들어갔다.
CJ제일제당은 중국에 음료, 냉동·냉장가공식품, 육가공제품, 김치 등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면서 중국에서 ‘비비고 만두’, ‘파오차이(중국에서 배추를 발효시켜 시큼하게 만든 김치의 하나)’를 비롯해 다양한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국가별 매출을 따로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은 만두사업 등이 미국에 이어 2번째로 큰 시장이다.
CJ제일제당은 식품 외에도 중국에서 바이오, 사료 등 공장 14곳을 운영하고 있다. 사료 등 부분은 축산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축산업은 기본적으로 중국 내 소비가 많은 분야이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매출 등에 큰 영향이 있는 정도는 아니다”며 “공장 가동은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라면을 주로 생산하고 있는 중국 선양, 칭다오, 상하이, 옌볜 등 4곳 공장은 3일부터 가동이 재개됐다. 그래도 중국 내 경제활동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는 피하지 못했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농심은 1월에 중국 라면 매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였는데 춘절연휴로 물류가 중단된 가운데 신종 코로나 이슈가 터지면서 외부활동 및 이동이 제한적이었던 부분이 부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농심은 2020년 1분기 중국에서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따른 영업 차질로 일시적으로 중국 법인 실적 성장세의 둔화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농심 생수제품 백산수를 생산하는 옌볜 공장은 중국 정부의 방침에 따라 9일까지는 휴업하고 10일부터 가동을 재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