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쟁사인 맥더못이 재무위기를 겪고 있어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수주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가삼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미국 EPC(일괄도급사업)회사 맥더못(McDermott)이 기업 회생절차를 밟는다.
뉴욕비즈니스저널 등 외신들은 “맥더못이 98억6천만 달러(11조7천억 원가량)에 이르는 부채를 견디지 못하고 챕터11(미국 파산법 11장, 파산보호신청조항)에 따라 자산을 매각하고 채무 해소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맥더못은 홈페이지를 통해 루무스테크놀로지(Lummus Technology) 등 자회사를 매각하고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 46억 달러(5조5천억 원가량)의 부채를 삭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이 맥더못의 재무위기를 놓고 사업적 악영향의 가능성을 거론하는 가운데 한국 증권가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맥더못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동안 글로벌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탈락하거나 최소한 시공능력평가(PQ)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며 “한국 조선사들이 상대적으로 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한다면 현대중공업이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플랜트 수주전 2곳에서 맥더못과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해양가스전 개발계획인 슈웨3(Shwe3) 프로젝트의 EPCIC(설계에서 자재조달, 설비 제작, 설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한 회사가 도맡는 계약)를 수주하기 위해 맥더못과 경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맥더못은 올해 2분기까지 가스전 개발에 필요한 플랫폼 설비들의 설계 및 연구를 각자 진행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결과물을 비교한 뒤 수주회사를 선정한다.
조선업계에서는 전례를 감안할 때 EPCIC를 수주하는 회사가 해양플랜트까지 수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대중공업과 맥더못은 2010년 슈웨1 프로젝트와 2018년 슈웨2 프로젝트의 기초설계(FEED) 수주전에서 경쟁했다.
1차 프로젝트의 기초설계는 현대중공업이, 2차 프로젝트의 기초설계는 맥더못이 각각 수주했으며 당시 기초설계를 수주한 회사가 EPCIC와 가스생산 플랫폼까지 모두 수주했다.
맥더못이 채무 조정절차를 진행하느라 설계작업에 제대로 역량을 쏟지 못하게 된다면 현대중공업으로서는 최선의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맥더못이 설계작업을 마치고 EPC를 수주하더라도 이후 설비 시공능력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설비 수주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게 되는 셈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맥더못의 파산이 슈웨3 프로젝트에 당장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상황을 계속 지켜보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현대중공업은 베트남 블록B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를 놓고서도 맥더못과 경쟁하고 있다. 이 수주전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맥더못의 3파전이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호주 브로우즈(Browse) 프로젝트와 잔스아이오(Jansz-Io) 프로젝트, 캐나다 베이두노르드(Bay Du Nord) 프로젝트 등 다른 대형 프로젝트에 상대적으로 힘을 쏟고 있어 블록B는 사실상 현대중공업과 맥더못의 양자대결이라고 조선업계는 바라본다.
현대중공업은 2개 수주전에서 맥더못을 이기는 게 절실하다. 해양부문의 일감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8월부터 미국 킹스키(King’s Quay) 프로젝트에 쓰일 반잠수식 원유시추설비(Semi-Submersible FPU)의 거주구역을 건조하고 있는데 이것이 해양부문의 유일한 일감이다.
이 설비는 5억 달러짜리 일감으로 규모가 대표적 해양플랜트인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인도기한도 2021년 4월로 1년 남짓 남았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해양부문 일감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올해 반드시 수주성과를 올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맥더못이 기업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다”며 “우리의 수주영업과 준비에 집중하며 맥더못의 결과를 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