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이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친정에 ‘금의환향’했다.
삼성생명을 떠난 지 5년 만이다.
삼성생명은 21일 임원후보 추천위원회를 열고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이번 선임은 내부출신, 자산운용 전문가, 세대교체로 요약된다.
전 대표는 전임 사장들과 달리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30년 가까이 삼성생명에만 몸담았다.
전 대표의 전임을 살펴보면 김창수 전 사장은 삼성물산 출신이며
현성철 사장은 제일합섬으로 입사해 삼성SDI,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을 두루 거쳤다.
삼성생명은 시장 포화에 따른 성장 정체를 타개하기 위한 조직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전 대표가 보험업은 물론 삼성생명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조직개편 과정에서도 내부출신의 이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산운용 전문가라는 점도 눈에 띈다. 전 대표는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PF운용팀장,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지냈다.
삼성그룹이 자산운용 전문가를 대표로 내정해 저금리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저금리가 길어지면서 삼성생명 역시 자산운용 부문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삼성생명의 운용수익률은 3.6%로 생명보험업계 평균 3.5%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준에 그친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3분기에 순이익 9768억 원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3%나 줄었다. 생명보험사들이 대부분 저금리 장기화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삼성생명의 실적 하락폭은 한화생명의 57.5% 다음으로 가장 컸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자산운용 수익은 계속 감소하는 데다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서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 대표는 삼성그룹의 대표적 자산운용 전문가”라며 “삼성생명 출신인 데다 삼성생명에서 처음으로 자산운용 전문가가 대표로 선임된 만큼 업황 악화로 침체된 분위기를 추스리고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맏형인 삼성생명을 이끌게 됐지만 1964년에 태어나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을 통틀어 대표 가운데 가장 젊다.
앞으로 삼성그룹 맏형으로서 실적은 물론 주가부양에도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은 2017년 2월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금융경쟁력제고TF’를 신설해 삼성그룹 금융부문의 컨트롤타워 역할도 하고 있는데 지난해 금융계열사 5곳 가운데 실적이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전 대표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했다. 그 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8년부터는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내고 있으며 자산운용 실력도 뛰어나고 경영관리에도 능숙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삼성자산운용을 이끌어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룹에서는 ‘숨은 진주’로 평가받으며 일찌감치 금융계열사를 이끌 차세대 핵심인물로 주목받았다.
삼성생명 시절 사무실 한쪽 벽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업을 위해 목숨을 바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느냐다'는 문구를 붙여놓고 투자할 때도 전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것으로 전해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