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철 제넥신 대표이사 회장이 ‘면역항암제’와 ‘자궁경부암백신’으로 올해 '한 방'을 보여준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면역항암제 ‘하이루킨-7(GX-I7)’의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대상으로 임상결과 발표를 시작으로 제넥신의 기업가치가 크게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넥신 복귀한 오너 성영철, 면역항암제 자궁경부암백신 '한 방' 절실

▲ 성영철 제넥신 대표이사 회장.


17일 제넥신에 따르면 성영철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가해 면역항암제 ‘하이루킨-7’과 자궁경부암백신 ‘GX-188E’의 개발현황을 공개했다. 

성 회장은 지난해 11월 4년 만에 제넥신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제넥신의 신약 연구개발(R&D)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자 직접 경영일선에 돌아왔다.

제넥신은 2017년 중국 바이오기업 아이맵에 하이루킨-7의 중국 판권을 6천억 원에 기술수출하는 데 성공한 뒤 눈에 띌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성 회장은 최근 제네신의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을 놓고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만한 '한 방'이 없었다”며 “올해는 면역항암제와 자궁경부암백신으로 결실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가장 성과가 기대되는 신약 후보물질은 하이루킨-7이다.

하이루킨-7은 기존의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와 작용기전이 다른 면역항암제다. 기존 면역항암제는 면역관문을 제거해 T세포(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는 반면 하이루킨-7은 면역세포 수를 늘려 암을 치료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기존 면역관문 억제제와 병용투여했을 때 시너지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이루킨-7은 2017년 하반기 본격적으로 소개됐는데 당시 면역관문 억제제와의 병용투여 기대감이 급증하면서 제넥신 기업가치는 연일 고공행진 했었다. 하지만 실제 환자 대상의 임상결과가 없었기 때문에 2018년과 2019년 제넥신의 기업가치는 다시 떨어졌다.

성 회장은 5월에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삼중음성유방암 환자 대상으로 한 하이루킨-7의 병용임상 결과를 발표해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제넥신은 현재 글로벌제약사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하이루킨-7을 병용투여하는 임상1b/2상을 진행하고 있다.

또 미국에서는 피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제약사 로슈의 면역항암제 ‘티센트릭’과 하이루킨-7을 병용투여하는 임상1b/2a상도 진행하고 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하이루킨-7과 기존 면역관문 억제제와 병용투여 임상결과가 올해 주요 학회에서 발표된다면 하이루킨-7의 가치는 물론 제네신의 가치도 뛸 것”이라며 “키트루다가 삼중음성유방암 단독요법 임상에 실패함으로써 병용요법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자궁경부암백신 ‘GX-188E’ 개발도 조만간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GX-188E는 키트루다 병용 임상2a상에서 당초의 목표 치료반응률을 조기에 달성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제넥신은 임상 환자 수를 60명으로 늘려 통계적으로 항암 효과를 검증한다.

제넥신은 2019년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X-188E의 임상시험 변경계획을 승인받았다.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기 위한 첫 단계를 통과한 것이다.

조건부 품목허가란 임상2상 자료만을 바탕으로 의약품 판매를 허가하는 제도다. 생명을 위협하거나 한 번 발병하면 증상이 호전되기 어려운 중증의 질환을 지닌 환자에게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됐다.

성 회장은 “올해 GX-188E의 임상2상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며 “2021년 GX-188E의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하고 2022년에 허가를 받아 제품을 출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