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시가총액에서 신한금융지주를 턱밑까지 따라잡았다.
시가총액이 한때 3조6천억 원대까지 벌어졌으나 이제는 격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
올해도 ‘금융 대장주’ 자리를 놓고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몇 달 사이 KB금융지주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주가는 지난해 8월 장중 3만7천 원대까지 떨어졌으나 그 뒤 상승세를 거듭해 지난해 12월 5만 원대를 찍었다.
10일 종가 기준으로 둘의 시가총액 격차는 1500억 원대에 그친다. 13일 다시 격차가 벌어지긴 했지만 하루 아침에도 역전이 가능한 수준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가 상승에 시동을 걸었다. 12월12일 1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완료했다. 국내 은행지주회사 가운데 처음이다.
은행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향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 적극적 주주환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KB금융지주는 설명했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로 대출 증가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면서 주가 상승세가 한풀 꺾인 점은 KB금융지주로선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2017년 6월 ‘영원한 맞수’ 신한금융지주를 제치고 7년 만에 종가 기준으로 금융 대장주를 차지했다.
당시 KB금융지주는 말 그대로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현대증권을 인수하고 100% 자회사로 편입한 데 이어 KB손해보험과 KB캐피탈의 완전 자회사 편입도 앞둔 시기다.
그 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시가총액 규모를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리 다툼을 펼쳐왔다. 그러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가 격차를 크게 벌리며 1위를 굳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KB금융지주에 추격을 허용한 신한금융지주 역시 조만간 반격에 나선다.
이르면 1월 안에 최대 357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 신주를 발행한 뒤 주식을 교환하는 방식을 통해 오렌지라이프를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한 만큼 주식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주식을 사들여 소각하기로 했다.
신주를 발행하면 1주당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효과가 있고 주식을 소각하면 전체 발행주식 수가 줄어 반대로 주식가치가 높아진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규모와 시기 등 구체적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 주가 흐름과 재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 회사의 대장주 경쟁은 주주친화정책,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하락 방어, 비은행 계열사, 인수합병 여부 등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는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주주친화정책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지난해 배당금은 7597억 원에 이르며 2016년부터 모두 4차례에 걸쳐 1조4천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왔다.
KB국민은행 등 계열사의 해외진출도 눈에 띈다. KB국민은행은 최근 캄보디아 최대 예금수취 가능 소액대출금융회사(MDI) 프라삭 마이크로파이낸스 지분 70%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올해 예상되는 이익 감소를 어느 정도는 만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합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20일 예정된 푸르덴셜생명 매각 예비입찰에 KB금융지주가 참여할지를 놓고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에 인수에 성공하면 현대증권을 인수한 뒤 무려 4년 만에 이뤄지는 대규모 인수합병이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직접 인수합병을 강조했다.
그는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차원에서 다양한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할 것”이라며 “신중하게 접근하되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