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주가가 자사주 매입 발표에도 또 떨어졌다.
합병이슈가 사라지면서 실적악화 앞에 자사주 ‘약발’도 듣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 주가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일모직 주가는 24일 전날보다 1.74%(3천 원) 내린 16만9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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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주화 제일모직 사장(왼쪽)과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
제일모직 주가는 장 초반 4400억 원어치 자사주 매입 소식에 힘입어 소폭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약세로 전환해 17만 원선도 무너졌다.
외국인은 이날도 제일모직 주식을 170억 원 순매도했다. 합병안 통과 이후 외국인 이탈은 이날도 멈추지 않았다.
제일모직은 23일 전체 주식수의 1.85%에 해당하는 자사주 250만 주 매입을 결정했다. 그러나 2분기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발표가 나오면서 주가방어에 실패했다.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들은 제일모직 자사주 매입 발표 이후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양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들은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 결정을 “주주가치 제고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전용기 김다은 현대증권 연구원들도 “합병 주주총회에서 약속한 주주환원 정책의 시작”이라며 “합병절차 완료 뒤에도 배당성향 30% 지향, 추가 자사주 매입 등과 같은 지속적인 주주환원정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SK하이닉스가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한 다음날 주가가 2%가량 뛴 것과 대비된다.
제일모직의 자사주 매입 결정이 주주환원정책에 따라 추진된 것이 아니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앞두고 일회성 주가 띄우기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퍼져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제일모직의 주식매수청구가는 15만6493만 원이다. 현재 주가수준에서 불과 10% 가량만 빠져도 청구가를 밑도는 것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 흐름이 좋지 않은 데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실적도 부진해 자사주 매입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보다 실적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부각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제일모직은 23일 2분기 매출 1조3115억 원, 영업이익 391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0%나 급감했다.
제일모직은 2분기에 패션부문 물류센터 화재로 영업외 손실이 654억 원 발생하면서 당기순손실도 264억 원 적자전환했다.
전문가들은 실적이나 업황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자사주 매입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본다. 일회성 이벤트로 주주반발을 달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보다 배당이 투자자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배당은 한 번 결정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주주환원정책의 지속성을 보이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물산 주가도 24일 전날 대비해 1100원(1.86%) 내린 5만8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물산 종가는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5만7234원과 불과 1천 원도 차이나지 않는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