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9월24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샵에 참석하고 있다. < LG그룹 > |
구광모 LG그룹 회장체제에서 LG그룹은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적극적으로 경쟁사와 다툼을 벌이며 법적 분쟁도 마다하지 않는 '검투사'가 됐다.
그러다 보니 주요 계열사 여러 곳에서 다양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여러 송사를 치를 법무팀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LG그룹 연말인사에서 법무라인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이 떠오른다.
20일 LG그룹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외에서 다른 기업들을 상대로 여러 건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LG화학이 SK하이닉스와 배터리 특허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 LG전자는 최근 중국 하이센스·TCL 등에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했고 이보다 앞서 유럽 가전업체 3곳을 상대로도 소송을 냈다.
반대로 LG전자와 LG이노텍 등은 미국에서 특허침해로 피소되기도 했다.
LG유플러스, LG생활건강 등도 크고 작은 소송을 겪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0일 LG전자 의류건조기와 관련해 위자료 지급을 권고했으나 양쪽의 의견 차이가 여전해 이와 관련한 민사소송이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점점 안팎의 분쟁이 많아지고 또 특허기술의 중요성도 커짐에 따라서 이번 연말인사에서 LG그룹의 법무라인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LG화학이나 LG전자가 진행하는 특허 관련 소송들은 원칙적으로 각 계열사가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룹 차원에서 지주사가 직간접적으로 챙기는 부분 역시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는 물론 지주사 법무담당 임원 인사까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미 SK이노베이션과 특허분쟁이 붙어 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LG화학은 얼마 전 한웅재 전 대구지검 경주지청장을 법무담당 산하 전무로 영입했다.
한 전 지청장은 대검찰청 형사1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 등을 지냈다. 2016년 국정농단사건을 배당받아 수사했고 특별수사본부 소속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법조계에서 전관 출신이 주는 무게감은 작지 않다. 이 때문에 LG그룹은 이전부터 꾸준히 전관 출신을 법무담당 임원으로 수혈해 왔다. 최근 형사사건 관련 이슈가 없음에도 한 전 지청장을 영입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최근 이승철 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를 법무담당 산하 전무로 새로 임용했다. 이 전무는 서울대 법대를 나와 서울중앙지법, 광주지법 장흥지원 등 판사를 지냈다. 이후 김앤장, 태평양 등 대형로펌 변호사로 활동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18년 연말인사에서 그룹 법무라인을 한 차례 정비했다.
LG유플러스 법무를 맡고 있던 이재웅 전무를 지주사 LG로 불러들인 일이 대표적이다. 그룹 컨트롤타워로서 LG의 기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계열사의 인재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이 전무가 발탁됐다.
이 전무는 서울대 법대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을 지내고 LG그룹에 합류해 LG전자, LG화학,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이 전무는 2015년 연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해 4년이 지났다. 직급 재직 기간과 지주사 법무팀장의 역할을 고려할 때 이번 인사에서 승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특허분쟁’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의 법무조직을 이끄는 권오준 부사장 역시 2018년 연말 LG에서 LG화학으로 이동했다.
권 부사장은 서울대 법대를 나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나왔다. 서울지법 판사로 일하다 LG그룹에 영입된 지 20년이 넘었고 부사장으로만 12년째 재직하고 있는 LG그룹 법무라인의 터줏대감이다.
이번에 한웅재 전무가 권 부사장과 손발을 맞추면서 LG화학 법무팀은 더욱 힘을 받게 됐다.
LG전자 법무조직 역시 이승철 전무 합류로 검사와 판사 출신이 이끈다. 이종상 LG전자 부사장은 서울대 법대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를 졸업했고 수원지검과 광주지검에서 검사로 일하다 LG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LG그룹 관계자는 "법무임원 인사는 계열사의 필요에 따라 이뤄지는 부분"이라며 "특별히 그룹 차원에서 방향을 정하고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