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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이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금융위원회에서 우리은행 5차 민영화 추진방향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
금융위원회의 우리은행 '과점주주 모시기’는 성공할 수 있을까?
금융위원회가 우리은행 지분을 4~10%씩 나눠 파는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민영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후보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금융회사와 기업, ‘좋은 투자자’로 참여할까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1일 “과점주주 체제는 경영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투자자들로 구성되는 것이 핵심”이라며 “우리은행이 안정적으로 경영되어야 하기 때문에 좋은 투자자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과점주주 요건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신 ‘좋은 투자자’를 강조했다. 금융위가 단기적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 대신 우리은행을 경영할 뜻이 있는 투자자를 찾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지난 5월부터 진행한 수요조사에서 금융회사 외에 국내기업, 연기금, 사모펀드 등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가 과점주주로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참여하는 데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회사 가운데 증권이나 보험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은 현행법에 따른 금산분리 규제를 받지 않는다. 본업과 은행의 협업체계 구축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가 주축이 된 컨소시엄이 과점주주로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회사가 기업이나 사모펀드 등을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한 뒤 우리은행 지분 일부를 사들이는 것이다. 이 방법은 금산분리 규제에 저촉되지 않기 때문에 실행될 가능성이 높다.
대기업 등 산업자본도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우리은행을 민영화할 경우 우리은행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위는 과점주주 1곳의 최소지분 입찰한도를 4%로 잡았다. 이는 현행 금산분리 규제에서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최대 은행 지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기업들에게 우리은행 민영화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대기업 외에 인터넷전문은행 등에 관심이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우리은행 과점주주로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 과점주주 매각방식의 약점, 경영권 행사 제한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방식은 처음 도입되는 민영화 방식이다. 금융위는 우리은행이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민영화된 뒤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외국의 대형은행들도 약 5곳의 투자자가 각각 20~25%씩 지분을 보유하고 최고경영자(CEO)가 바뀔 때마다 목소리를 내는 과점주주체제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대형은행을 거느린 국내 금융지주사들도 과점주주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는 보유지분 5% 미만의 재일동포 소액주주 200여 명이 과점주주단을 형성하고 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도 개별 보유지분이 5% 안팎인 국내외 주주들로 과점주주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은행법에 따르면 은행의 과점주주들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과점주주들이 별도의 회의체를 만들어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공동행위를 하는 것은 금지된다. 이 때문에 과점주주들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은행의 주가는 21일 904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주가 기준으로 우리은행 지분 4%를 인수하려면 약 2400억 원이 필요하다. 우리은행에 이 정도의 돈을 투입했는데도 경영권 행사가 제약받는다면 매력이 떨어질 수 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KB 사태’가 터졌을 때 주주들이 실질적 권한을 행사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당시 “국내은행은 주주가 최고경영자와 사외이사를 뽑을 수 없으며 주인이 아닌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어 변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교보생명도 이런 이유를 들어 과점주주로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교보생명은 그동안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 때마다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최근 “우리은행이 과점주주 매각방식으로 민영화한다면 교보생명이 별로 얻을 것이 없다”며 “우리은행 인수에 더 이상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 외국계 자본은 참여할까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최근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 등 외국계 사모펀드 관계자와 접촉해 우리은행 인수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을 재무적투자자로 맞아 이번 과점주주 매각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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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샤오후이 안방보험 회장 |
오릭스는 올해 현대증권을 인수할 때 우리은행으로부터 인수금융을 제공받았다. 오릭스가 우리나라 금융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과점주주로 우리은행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중국 안방보험도 우리은행 인수에 참여할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안방보험은 지난해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입찰에 유일하게 참여한 회사다. 안방보험은 최근 금융위로부터 동양생명 인수를 승인받았다. 이미 국내 금융권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우리은행 인수 참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완화할 수도 있다.
문제는 외국계 자본이 우리은행의 과점주주로 참여하는 데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다. 민영화 과정에서 이런 거부감이 높아질 경우 금융위로서 외국계 자본에 대해 대주주 적격심사를 내주는 데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실제로 어피니티는 지난해 우리은행 소수지분 입찰에 참여했지만 금융위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먹튀 논란을 일으켰으며 현재 투자자-국가간소송(ISD)까지 진행하고 있어 국민들은 물론이고 금융당국 안에서도 외국계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높다”며 “외국계 자본이 우리은행 과점주주로 참여를 결정하는 것은 여론에 달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