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은 면담 요구에 응답하라!” (“응답하라! 응답하라! 응답하라! 투쟁!”)

넷마블 본사 앞에 모인 웅진코웨이 노동조합은 일사불란했다. 발언 수위도 높았다.
 
방준혁, 넷마블에서 경험 못한 웅진코웨이 노조 거센 요구에 직면하다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웅진코웨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갈등 앞에 놓여있다.

30일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웅진코웨이지부에 따르면 노조는 넷마블이 면담 요청을 받아들일 때까지 구로디지털단지 넷마블 본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간다.

조합원 1500여 명이 돌아가면서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이날 집회는 150명 정도가 모였다. 

이흥수 웅진코웨이지부 위원장은 조합원들 앞에 서서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며 “넷마블이 문을 쇠사슬로 묶어 우리를 막는 것을 보면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인수해도 노조와 관계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넷마블 건물로 들어가는 문들은 대체로 잠겨 있었다. 직원들은 정문 옆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2층 옆문으로 드나들었다.

이 위원장은 “면담만 해주면 조용하게 가겠다”면서도 “긴 싸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조합원들은 통일된 목소리를 내는 데 익숙해 보였다. 9월 넥슨 노조와 스마일게이트 노조는 단체행동에 익숙하지 않아 구호를 외치는 데 머뭇거리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수위가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일부 조합원은 비속어를 섞어가며 답답한 감정을 나타냈다. 게임업계 노조원들이 연단에 올라서도 부끄러운 듯 부드러운 말투를 유지한 모습과 달랐다.

웅진코웨이 노조원들은 얼굴도 모두 드러냈다. 넥슨과 스마일게이트 직원들은 집회 때 대개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 

넷마블에는 노조가 없다. 방 의장으로서는 거센 상대를 맞닥뜨리게 된 셈이다. 

방 의장은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면서 생소한 노동문화를 이해해야 하는 과제도 안게 됐다.

이흥수 웅진코웨이지부 위원장은 “우리는 현장에서 뛰는 노동자들이다 보니 게임업계 집회와 분위기가 다를 수 있다”며 “어제 보니 넷마블이 노조를 응대하는 태도가 너무 폐쇄적이어서 수위를 높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비슷한 문제로 한국투자증권을 방문했을 때는 직원들이 나와서 면담요청서를 받고 '경영진에게 전달하겠다'고 해서 금방 해결이 됐는데 넷마블의 태도는 너무 닫혀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웅진씽크빅이 웅진코웨이를 되찾을 때 인수에 함께 참여했다.

전날 노조가 면담요청서를 들고 넷마블 본사에 들어가려 하자 넷마블 관계자들은 등기우편을 통해 공식적으로 전달해달라며 막았다. 넷마블은 아직은 우선협상대상자에 그치고 인수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노조와 대화를 나누기 곤란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넷마블 관계자는 “웅진코웨이와 노조가 CS닥터 사안과 관련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넷마블은 인수를 완료한 것도 아니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현재 실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해당 사안을 놓고 따로 내놓을 의견이 없다”고 말했다. 

CS닥터는 웅진코웨이 제품 이용자를 방문해 정수기 등을 관리하는 직원들을 말한다. 노조는 웅진코웨이가 CS닥터들을 직접 고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에서 경험 못한 웅진코웨이 노조 거센 요구에 직면하다

▲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 웅진코웨이지부가 30일 구로디지털단지 넷마블 본사 앞에서 면담요청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이날 넷마블 요청에 따라 등기우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게임업계에 노조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이직이 잦다는 점이 꼽힌다. 반면 렌털업계 관리직은 근무환경이 다르다.

이 위원장은 “처음 1년을 넘기면 대부분 장기근속을 한다”고 설명했다.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일을 할 가능성이 높으니 근로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더 많이 들이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젊은세대는 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 인력을 구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사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인력관리가 중요한 렌털사업에서 과연 이런 방 의장의 스타일이 먹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위원장은 “넷마블이 1조8300억 원을 써냈다는데 문서로 실사를 하다 보니 실상을 모르고 있다”며 “노조활동을 모르고 인수를 하면 나중에 관리직원들에게 피해가 돌아올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